좀처럼 공개적으로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아 ‘은둔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4년 만에 연설에 나섰다. 상대 진영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보다 미국이 처한 현재의 위기를 인정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는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이날 밤 마지막 찬조연설자로 백악관 로즈가든에 등장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여러분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끔찍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영향 받은 이들을 돌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이날 연설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다른 연사들과 달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통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멜라니아 여사는 4년 전 전당대회 연설 당시의 ‘표절 논란’을 의식한 듯 자신이 슬로베니아에서 미국으로 온 과정 등 개인적 이야기를 연설 중간중간에 포함했다. 그는 지난 2016년 공화당 경선 당시 남편에 대한 지원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8년 전 민주당 전대 때 했던 연설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망신을 당한 바 있다. 멜라니아 여사의 비서실장인 스테퍼니 그리셤은 25일 연설을 앞두고 “연설문의 모든 단어는 그(멜라니아)에게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공직자의 정치활동을 제약하는 ‘해치법’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사전 녹화한 영상을 통해 찬조연설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와 차녀 티파니 트럼프 등 가족도 줄줄이 등장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편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이었던 24일 TV 시청률은 민주당 전대 첫날(17일) 시청률보다 15%나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C-SPAN의 온라인 생중계 영상 조회 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6배 가까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