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실물 신분증 없이도 간편하게 신분을 확인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모바일 신분증 및 사설 인증서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실제 적용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래나 업무 활동이 증가하면서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이 현금 없는 세상을 구현한 데 이어 신분증으로까지 기능을 확대해 기존 오프라인 지갑을 완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26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서비스를 출시한 이동통신 3사의 ‘패스(PASS)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의 이용자 수가 두 달새 급증해 총 가입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패스 모바일운전면허는 통신사 본인 인증 앱인 패스 앱에 본인 명의의 운전면허증을 등록해 이용하는 서비스로, 편의점에서 실물 신분증을 대체하거나 운전면허증 갱신·재발급 시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KT(030200)는 패스 앱을 활용해 실물 신분증 없이도 통신 서비스를 가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KT 가입자는 휴대폰 기기변경과 유무선 서비스 가입·변경 및 해지 업무를 진행할 때 실물 신분증 없이 KT 패스 모바일운전면허만 제시하면 된다.
모바일 신분증 외에 모바일 사설 인증서를 활용한 비대면 간편 서비스도 구현될 전망이다. 카카오(035720) 계열사 스테이지파이브는 다음 달 초 카카오톡 내 카카오페이의 ‘스마트폰샵’ 메뉴에서 비대면 통신 및 단말기 구매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샵에서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카카오페이를 통해 자동 로그인할 수 있고, 공인인증서나 신용카드 인증, 휴대폰 문자 인증 등 번거로운 본인 확인 절차가 비밀번호나 지문·얼굴 인식 등으로 간편하게 본인 인증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 인증으로 대체됐다. 스테이지파이브는 올해 6월 카카오페이 인증을 활용한 비대면 통신 가입 서비스로 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바 있다.
정부 주도의 모바일 신분증 혁신 사업도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정부청사 출입이나 세종시 지역 서비스를 비롯해 온라인 업무처리 시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공무원증’을 연내 출시할 예정으로, LG CNS·라온시큐어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정부는 모바일 공무원증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검증한 뒤 2021년 복지카드와 2022년 운전면허증 등으로 사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모바일 신분증·인증서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호주가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활용하고 있고, 유럽의 에스토니아가 디지털 통행증이나 전자신분증 활용하는 정도다.
다만 일각에서는 디지털 소외나 스마트폰 분실 상황 등을 우려하기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편의성이나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이런 기술 발전은 효과적이지만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노년층은 활용도가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은 곧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며 “개인정보 보안 차원에서 계속 기술 발전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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