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시가총액이 큰 1,000개 기업을 선택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4년 동안 어떤 기업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상위집단에 드는지를 살피며 얼마나 많은 가치와 부를 생산했는지를 분석했다. 글로벌 상위기업의 ‘메이저리그’를 꾸려본 셈인데, 들여다보니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수차례 세대교체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일종의 물갈이다. 27개 산업군 중 신규 진입이 가장 활발했던 분야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였고, 자본재, 제약·바이오, 생활용품 쪽에서도 지속적 유입이 진행됐다. 혁신기술을 무기로 예외적인 고성장을 이끄는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에서는 한때 잘 나가던 야후를 마이너리그로 밀어내고 메이저리그 강자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오라클 등이 있는가 하면, 급부상한 루키에 해당하는 페이스북과 텐센트 등이 주목받고 있다. 하드웨어·장비 분야에서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하던 모토로라와 EMC는 변방으로 몰렸고, 애플은 시가총액 580억 달러를 9,610억 달러로 16배 이상 끌어올리며 선두에 올라섰다. 반면 상위권에서의 퇴출된 기업은 미디어 산업에서 가장 많았고 푸드마켓, 정보통신서비스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선두기업이 거의 바뀌지 않고 가장 안정적인 분야는 반도체산업이었다.
이 막대한 데이터를 추적해 신간 ‘미래 자본 전쟁’을 집필한 저자는 IT경영학자인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다. 저자는 산업혁명을 발판으로 한 규모의 경제와 효율 극대화가 이룬 ‘거대한 독점이윤’이 자본의 성장을 이끈 핵심 성장엔진이었음을 되짚으며 “강력한 합리적 지배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경제에서 과연 자본 기반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책을 시작했다고 밝힌다. 그렇게 세계 1,000대 기업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성장의 메커니즘과 부의 원천·창출 원리를 파헤쳤더니 “부단히 발생하는 이 선두그룹의 교체야말로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개발하고 제안한 ‘컨포먼스 경쟁 이론(Conformance Competition Theory)’을 부의 성장 이론으로 확대 적용했다. 1,000대 기업을 메이저리거에 빗댄다면, ‘가치창출력’이 이들의 근력이고 ‘혁신의지’는 정신력이다. 여기에 그들을 바라보는 주위의 기대와 응원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한 사회의 포괄적 믿음’이 중요했다. 즉 “개인, 기업, 사회, 국가를 막론하고 성장을 지속하려면 가치창출력, 혁신의지, 주위로부터의 믿음”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의 우리는 ‘탈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사슬의 디커플링’과 ‘코로나 19 사태’라는 환경적 불확실성 요소를 직면하고 있다. 책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다각화를 통한 성장의 분점”을 새로운 성장 모델로 제안한다. 여기서의 ‘분점’은 ‘독점’의 대척점이자 대안일 뿐, 가치창출 과정의 정당성을 무력화 하는 불공정한 배분은 절대 아니라고도 거듭 강조한다. 2만2,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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