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인공지능(AI) 보안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이슈로 부상한 지 오래입니다. 좀 더 연구해 AI 보안 분야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대가가 되고 싶습니다.”
3년 전 육군 위탁교육생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에 입학해 28일 열리는 ‘2020 온라인 학위수여식’에서 박사모를 쓰는 육군 권현(33·사진) 소령은 27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2017년 KAIST 전산학부 박사과정에 입학한 권 소령은 AI·뉴럴 네트워크·회피공격:적대적 샘플 등을 포괄하는 머신러닝 사이버 보안과 침입감내 시스템을 주로 다루는 시스템 보안 분야에 대한 연구로 이번에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가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주요 논문에 게재하고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은 무려 26편. 이 중 12편의 주 저자 논문을 포함해 총 14편의 SCI(E)급 논문을 출판했고 미국 군사 분야 학회인 ‘밀컴(Milcom 2018)’, 컴퓨터 보안 분야 학회인 ‘ACM CCS 2019’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학술대회에서도 1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군 위탁생 최초로 2018년 ‘네이버 박사 펠로우십 어워드’, 올해 ‘KAIST 박사학위 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권 소령이 AI 보안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17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대국’. 그는 “디도스 공격 등 시스템 보안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면서 AI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AI 보안이 아직 국내에 낯선 분야라 이를 연구하면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국내에는 이 분야의 연구를 이끌어줄 교수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육군에서 연구를 지원하는 기간은 3년뿐. 그 안에 결과를 내야 했다. 결국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권 소령은 “국내에서는 이쪽 분야 전공 교수가 아예 없어서 해외에 있는 교수들에게 전화나 e메일을 하거나 학술대회를 쫓아다닐 수밖에 없었다”며 “국제학술대회를 자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기간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종일 연구실에 처박혀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그는 “아침 8시나 9시쯤 연구실에 가서 새벽 1시나 2시에 기숙사로 돌아오는 ‘좀비’ 같은 생활의 연속”이라며 “그래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실적이 쌓이는 것을 보면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권 소령은 서슴없이 ‘AI 보안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답했다. 그는 “KAIST에서 보낸 박사과정 3년은 원 없이 연구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마음껏 해볼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하고 싶은 분야를 확장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전문가, AI 보안 하면 제일 먼저 손에 꼽는 대가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송영규기자 sk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