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가전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 시장에서 국내 가전기업들이 잇달아 발을 빼고 있다.
중국 현지 기업들이 향상된 기술력으로 저가공세를 펼치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중국 대표 유통 기업 쑤닝닷컴의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한 가전 점포를 잇따라 폐쇄하고 있으며 또 다른 가전제품 유통 회사 궈메이에 입점한 점포도 순차적으로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다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여전히 가전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유통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추세라 현지 사업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오프라인 매장 철수는 오랫동안 지속된 중국 현지 TV사업 부진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IDC 자료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중국 TV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0.4%로 채 1%도 되지 않는다. 오프라인 유통 철수로 오프라인 매장 관리에 드는 비용 절감이 필요한 이유다. 마침 코로나19로 올 상반기 중국 가전제품시장의 온라인매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앞서는 등 중국 내 유통 트렌드 변화도 이번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하량 대비 판매 금액을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2·4분기 중국 OLED TV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12.0%로 불과 1년 전의 20.3%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시장점유율 순위는 일본 소니(35.7%), 중국 스카이워스(22.1%)·하이센스(14.0%) 보다 낮았다. LG디스플레이가 전 세계에 대형 OLED TV 패널을 독점 공급하고 중국 광저우에서 8.5세대 올레드 팹이 지난달부터 양산을 시작했지만 LG전자의 중국 OLED TV시장 내 위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중국 TV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생산한 저가 액정표시장치 패널로 만든 제품들을 내세워 한국과 일본 기업들을 밀어냈다. 중화권 외 업체 가운데 가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005930)도 시장점유율이 1.7%에 불과해 1위인 샤오미(20.3%)와 비교해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쑤저우에 위치한 노트북·PC 공장을 폐쇄하고 1,000명 가까운 감원을 실시하고 있다. 현지 PC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최근 2년간 중국 내 스마트폰 라인 3곳을 철수하고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가전 제조사들은 물량 공세와 카피 제품 등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이끌어낸 뒤 신기술을 내놓으며 브랜드 이미지 개선으로 다시 점유율을 늘리는 방법을 쓴다”며 “중국 시장은 저가 제조품이 아닌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공략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