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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 신용융자' 금리, 증권사들 안내리나 못내리나

금융 당국 "신용융자 금리 인하하라" 요구

증권사 "수신기능 없어…은행과 비교 무리"

단기 고수익 좇는 투자자에 금리 혜택 주라니

신용융자 급증 속 '빚투' 주범 몰릴까 우려도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빚투’가 16조원대까지 증가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서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당국은 기준금리 하락에 맞춰 금리를 낮출 것을 요구하지만 증권사들은 “신용융자의 재원과 이용층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진행된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에 참여한 5개 증권사 사장에게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은 위원장은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고 한다”며 “개인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는 간담회 직후 “9월 중 금융당국과 업계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 3월(0.50%)과 5월(0.25%)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0%로 0.75% 낮췄음에도 신용융자 금리를 낮춘 증권사는 전체 28개 증권사 중 5개에 불과했다. 신용거래 융자가 16조원을 넘을 정도로 ‘빚투’가 급증하며 지난 2·4분기 신용융자 잔액이 많은 증권사는 수백억원의 증권여신 이자수익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재원과 이용층의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예대마진을 주 수익으로 삼는 은행과 달리 대부분의 증권사는 수신기능이 없다. 신용융자의 재원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는 유통융자와 단기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을 통해 조달하는 자기자본을 활용하는 자기융자로 나뉜다. 통상 조달 금리가 2% 초반 수준이고 증권사들은 여기에 가산금리를 붙여 고객에게 신용융자를 제공한다. 당국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는 조달 금리에 △유동성 프리미엄 △신용 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등 제반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인다. 이렇게 나온 최종금리가 1주 이하 단기는 4%, 3개월 이상은 7~8% 수준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주장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주식을 담보로 하기는 하지만 간편한 절차를 거쳐 대출을 내주기 위해서는 해당 리스크와 비용도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설령 신용융자 금리에 대한 인하 여력이 있더라도 주식매매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활자금 등으로 활용되는 은행의 신용대출과 성격이 달라 금융당국이 가격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총액 1조원 미만 중소형주의 신용잔액은 10조원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하며 섹터별로는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총 비중의 16%에 불과한 정보기술(IT)과 바이오에 신용잔액의 39%가 쏠려 있다.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투자자가 고수익을 좇는 성향이 확인된 것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주택자금이나 생활자금처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인 주식 투자와 관련한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했다가 ‘빚투의 주범’으로 몰리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증가하고 있는 신용융자가 문제인데 금리를 낮춰서 빚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주식 대출을 해준 증권사가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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