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의 등장.
기아자동차의 ‘국민 미니밴’ 카니발이 4세대로 확 업그레이드 해 재탄생했다. 업무용 차량이나 4인 가족 이상의 ‘아빠차’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 외관이 한층 다이내믹해졌을 뿐 아니라 실내공간 활용도도 막강해졌다. 기아차(000270) 내부에서도 “이번 카니발은 디자인, 실용성 모두 정말 잘 뽑아냈다”는 자평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시승을 하기 전 “아무리 완전변경을 해도 카니발은 카니발일 뿐”이라고 가졌던 생각은 시승을 마친 후 “안 사면 손해”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2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신형 카니발을 타고 경기도 양평 한 카페까지 왕복 70㎞ 구간을 시승했다.
외관부터 파격적이다. 전형적인 밴이라기 보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당당한 디자인을 보는 듯했다. 무대 위의 지휘자와 음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에서는 역동성이 느껴졌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측면에는 슬라이딩 도어가 움직이는 레일 부분에 캐릭터 라인을 넣어 입체감을 높였다. 또 C필러에는 크롬 가니쉬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후면부에는 좌우가 연결된 리어램프를 넣어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3세대 카니발이 영업용 이미지가 강했다면, 4세대 카니발은 SUV 같은 세련됨이 느껴졌다.
운전석에 앉기 전 뒷좌석부터 살펴봤다. 신형 카니발은 기존 모델에서 장점으로 꼽혔던 넓은 실내와 적재공간을 한층 극대화했다. N3 플랫폼을 적용해 외부와 내부가 모두 커졌다. 신형 카니발의 전장·전폭·전고는 5,155·1,995·1,740㎜다. 3세대보다 전장과 전폭은 40㎜, 10㎜ 늘었고 휠베이스는 30㎜ 가량 길어졌다. 시승을 진행한 차량은 7인승 리무진 모델이었는데 2열과 3열의 실내 거주성이 높아졌다. 특히 2열의 경우 ‘릴렉션 시트’가 탑재됐다. 2열 좌석을 좌우로 조정한 후 시트 옆 버튼을 누르면 리클라이닝 소파처럼 좌석이 눕혀졌다. 발 받침도 올라와 장거리 운행도 걱정이 없어 보였다. 3열의 여유로움도 인상적이었다. 7인승 대형 SUV의 경우 3열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형 카니발의 3열 좌석에 앉아보니 무릎과 2열 사이에 주먹 하나는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확보됐다.
뒷좌석에 앉은 동승자들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 탑재된 후석 대화 시스템은 배려라고 느껴졌다. 실내가 워낙 크다 보니 동승자들 간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점을 고려해 스피커를 통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이제 운전석이나 보조석에 앉은 사람이 뒷좌석의 동승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된다. 트렁크를 열어봤다. 위아래로 길쭉한 수납공간이 눈에 띄었다. 골프백을 세운 채로 4~5개 정도를 넣어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3열 시트를 눕히면 성인이 누울 만한 광활한 공간이 등장했다. 성인 2~3명이 함께 ‘차박’을 즐길 수 있어 보였다.
거대한 몸집으로 실내공간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과연 주행은 어떨까. 우선 운전석에 앉았을 때 넓은 전면과 측면 시야가 맘에 들었다. 차체가 큰 미니밴이라 운전이 부담됐는데 막상 몰아보니 시야가 확 트여있어 안심이 됐다. 주행 성능도 준수했다. 신형 카니발에는 대형 SUV에 탑재되는 스마트스트림 2.2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소음과 진동이 3세대보다 줄어들었다는 게 기아차 측 설명. 가속 페달을 밟아보니 급격히 속도가 올라갈 때 엔진 소음이 커지는 걸 제외하곤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특히 마음에 든 건 묵직한 스티어링휠의 감각이었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코너를 돌 때 안정적이었다. 연비도 매력적이었다. 도심 주행에서는 공인 연비(리터 당 12.6㎞)와 비슷한 12㎞ 수준을 유지했지만, 고속 주행에 나서나 15㎞까지 높아졌다.
신형 카니발의 또 다른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옵션에 따라 가격은 3,160만원~4,354만원 선이다. 기아차의 중형 SUV인 신형 쏘렌토 가격이 3,024만원~4,113만원 선인 점을 고려하면 공간, 활용도, 디자인 무엇 하나 뒤지지 않는 신형 카니발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소비자들은 아직 타 보지도 않았지만 이런 점을 벌써 간파한 것 같다. 신형 카니발의 출시 전 사전 예약에서 최단시간 최다 계약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28일 사전계약 당일 하루 만에 2만3,006대가 접수됐고 이달 14일까지 3만2,000대가 예약됐다. 신형 카니발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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