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알콜 음료(무알콜 맥주)’가 핫해지고 있다. 기존에 논알콜 맥주는 맥주의 맛을 표방하지만 ‘맥주를 흉내낸’ 음료 쯤으로 치부됐다. 싱거운 맛에 맥주 애호가들을 잡지 못했던 무알콜 맥주가 달라졌다. 맥주의 풍미를 좌우하는 몰트를 기존 라거 맥주 대비 2배 이상 쓴다거나 ‘비발효 제조공법’을 적용한 무알콜 음료로 주류업체는 ‘맥주보다 깊은 풍미’의 무알콜을 들고 나왔다. 오래 전부터 저도주 열풍이 주류 업계 트렌드로 잡리잡은데 이어 이젠 알콜이 없는 ‘무(無)도주’가 출격 준비를 하고 있는 것.
28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81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53억원으로 6년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는 더 가파르게 성장해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 5년 내 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알콜 맥주 공법이 발달하면서 기존에는 무알콜에 관심이 없었던 맥주 애호가들까지 논알콜 맥주 시장으로 끌어온다는 전략이다. 알콜 도수가 1%미만이면 무알콜 맥주로 분류된다.
논알콜 맥주는 ‘임산부 맥주’로 불릴 정도로 일부 임산부, 수유하는 이들, 투약 중인 환자를 위한 맥주쯤으로 여겨지며 영역을 확장하지 못했다. 첫째 걸림돌은 맛. 맥주를 표방했지만 맥주 같지 않은 맛에 고객을 사로잡지 못했다. 맛과 풍미를 진짜 맥주 이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맥주 애호가들도 ‘상황’에 따라 먹을 수 있는 맥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비맥주, 카스 제로 출사표…국내 주류사 3파전=오비맥주가 연내 카스제로를 출시로 논알콜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하이트진로가 하이트제로0.00,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클리어제로를 출시한 데 이어 오비맥주도 논알콜 시장에 출격한다. 오비맥주는 특허청에 ‘카스 제로(Cass Zero)’, ‘카스 0.0’라는 상표를 등록을 마무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출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카스제로는 오비맥주가 선보이는 첫 무알콜 맥주 제품이라는 점에서 업계가 더욱 주목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글로벌 지주사인 벨기에 주류기업 AB인베브는 2025년까지 전체 맥주 생산량에서 무알코올·저알코올 맥주 비중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만큼 글로벌에서도 성장성을 점치는 시장이다.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의 포문을 처음 연 곳은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자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를 통해 2012년 하이트제로0.00을 출시, 국내 첫 무알콜 맥주라는 타이틀을 잡았다. 출시 당시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10억원에 그쳤지만 시장이 꾸준히 커지면서 이 제품은 지난달까지 누적 5,600만 캔을 팔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무알코올 맥주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의 패키지 디자인을 2017년에 출시 후 3년만에 리뉴얼했다. 맥주는 맥주인데 발효하지 않는 ‘비발효공법’으로 만들었다.
◇칭따오부터 하이네켄 등 수입 브랜드들도 각축전=글로벌 맥주 칭따오(TSINGTAO)가 최근 선보인 무알콜 맥주 ‘칭따오 논알콜릭‘은 맥주 애호가들로 인정하는 ’맥주 보다 더 맥주같은 무알콜’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유통되는 대부분의 무알콜맥주가 발효 단계를 거치지 않고 맥아 엑기스에 향을 더해서 만드는 것과는 달리, 칭따오 논알콜릭은 칭따오 브루어리의 맥주 제조 공정 그대로 따랐다. 마지막 단계에서 알코올만 제거해 만들어 맥주의 풍부를 그대로 재현했다. 기존 라거 맥주보다 2배 이상의 몰트를 더 첨가해 맥주 고유의 맛을 살렸다고 칭따오는 설명했다. 맥주잔에 따랐을 때 조밀한 거품과 맥주 특유의 깊은 풍미까지 재현해 맥주 팬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글로벌 2위 맥주기업 하이네켄도 무알콜 맥주 ‘하이네켄 0.0’를 출시, 2015년부터 무알코올 맥주 사업에 뛰어든 칼스버그 역시 무알코올 맥주 매출이 전체 맥주 판매량에 비해 3배 이상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년 7.6%성장하는 시장...세계적으로 無도주 인기=국내외 주류 업체가 무알콜 음료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성장성 때문이다. 국내 소매 맥주시장의 규모가 3조3,172억원인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시장이지만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무알콜음료 시장규모가 약 7,000억원에 달한다.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 마켓인사이트는 세계 무알코올 주류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7.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비맥주의 모회사이기도 한 세계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는 최근 에너지드링크, 말차, 탄산수, 주스 업체 등을 인수 중이다. 영국의 주류업체 시드립은 최근 세계 최초로 무알콜 증류주도 내놓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의 주류(主流)가 지금의 20대로 교체되면 무알콜 주류 시장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주류 트렌드가 저도주를 넘어 무도주가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술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이달 초 발간한 ‘해외 주류 시장의 현황 및 트렌드’에 따르면 2024년까지 세계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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