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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항미원조전쟁' 띄우면서 시진핑 환대 요구하는 中

최수문 베이징특파원

'美에 승전' 과시하려 6·25 이용

침략 명백한데 韓엔 사과도 안해

시진핑, 한국戰 70주년 속 訪韓

점령군 행세땐 反中감정 키울 것





한국과 중국 관계에서 사람들이 잘 언급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과 중국은 70년 전에 전쟁을 치렀다. 중국 공산당 군대(중공군)의 불법개입에 따라 한반도 거의 전역에서 무려 3년 가까이 수십만명이 동원돼 싸웠다. 70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꺼내는 것은 물론 중국 때문이다. 중국이 자신들의 편의로 이 전쟁을 부각시키면서 한국도 이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유행이다. 물론 중국에서는 다른 이름을 사용한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참전 70주년을 맞아 ‘항미원조’와 관련된 영화·드라마 등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중국 대형 영화사인 보나필름그룹이 영화 ‘빙설 장진호’, 관영 중국중앙(CC)TV가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 등의 제작에 들어갔다. 모두 올해 말이나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CCTV가 이례적으로 지난 15일 저녁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에서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의 크랭크인을 뉴스로 전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지린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해방전쟁과 항미원조까지, 열사들의 피로 혁명의 성공을 이뤄냈다”고 주장하며 자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정당화했다. 앞서 생존한 한국전쟁 참전군인에 대해 훈장을 수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국의 최근 한국전쟁 이슈는 미국을 상대로 한 것이 맞다. 미국과 무역·기술전쟁 와중에 불퇴전을 외치면서 과거 자신들이 승리했다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분명히 한국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한국인의 신경을 건드리는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중국의 이른바 ‘항미원조’ 영화나 드라마에는 고정된 패턴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공군이 전쟁에 참전했고 온갖 역경을 딛고 미군에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그럼 한국은. 중국 영화에서 한국군은 대개 제국주의 미국의 괴뢰 군대쯤으로 나온다.

한국인으로서 불쾌한 일이다. 한국과 중국은 한국전쟁이 끝난 70년 동안 이 전쟁에 대해 ‘정리’를 하지 못했다. 남북한 간에 평화협정 체결 등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지난 1992년 체결된 한국·중국 수교 문서에 한국전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한국은 중국과도 종전선언을 하거나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공식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외교가에서는 수교를 했고 또 30년 가까이 지난 상황에서 암묵적으로 ‘한중전쟁’ 상황은 해소된 것으로 본다는 주장이 강하다. 물론 이는 우리의 바람이다. 중국은 세계 최강이라는 미군에 승리했으니 당연히 한국에도 승리한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생각한다.

당시 중국의 참전이 없었으면 이후 한반도 분단 상황도 없었고 북한의 핵 개발 등 이른바 ‘한반도 문제’ 역시 없었을 것이다. 한국인이 중국인과 중국 공산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기본적인 이유다.

중공군은 1950년 10월 만주에 대한 미군의 접근을 막는다는 미명 아래 압록강을 건너 한반도를 침략했다. 그리고 이듬해 1월4일 서울까지 점령했다. 한국사에서 치욕의 1·4후퇴다. 한국전쟁 70주년이라는 이런 시기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조만간” 서울을 방문한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시 주석의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며 손님맞이에 신경 써달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 주석이 70년 전 같은 점령군 코스프레로 한국인들의 감정만 자극할지, 아니면 다행히 새로운 시대에 맞는 평화 중재자가 될 것인지 두고 봐야 하겠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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