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요구한 직후 미래에셋대우(006800)가 신용거래 금리 인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의 결정이 자발적 신용거래 금리 인하가 다른 증권사로도 이어질지 관심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8일 장 마감 후 한달 뒤인 오는 9월 28일부터 영업점 외 계좌(다이렉트 계좌)에 대한 신용거래 금리를 기존 9.0%에서 8.5%로 낮춘다고 공지했다. 해당 금리는 신용융자 금리와 예탁증권담보대출 금리에 모두 적용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연간 1~2번 정도 기준금리를 계산해 공지하는데, 기준금리 영향을 반영해 인하한 것”며 “은행과 달리 운용을 해야 하는 증권사의 경우 기준금리가 신용거래 금리로 이어지는 데 시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대우의 신용거래 금리 인하 시점이 금융위원장이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5개 주요 증권사 사장이 참석한 증권업계 간담회 직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공개적으로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고 한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이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가 간담회 직후 신용거래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향후 이같은 움직임이 다른 증권사로도 퍼져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가 상승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사례(빚투)가 늘며 불과 네 달전만해도 6조원 수준이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전체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27일 기준 15조8,748억원에 달한다. 증권사들이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올 2·4분기에만 미래에셋대우는 652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364억 원, NH투자증권은 379억 원에 이른다.
증권사의 신용거래 재원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는 유통융자와 단기 CP와 회사채 등을 통해 조달하는 자기자본을 활용하는 자기융자가 있다. 이 두 방식을 통한 통상 재원 마련의 조달 금리가 2% 초반 수준이며,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에 따라 여기에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등 제반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여 최종금리를 결정한다. 이 금리가 단기는 4~6%, 3개월 이상은 7~9% 수준이다.
금융 당국과 증권사는 이달 중 TF를 꾸려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주식 매수대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신용융자 금리를 합리화, 투명화하기 위해 조달비용지수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처럼 증권사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평균 비용을 객관적인 지표로 만들어 조달금리에 반영하고, 증권사별 상황과 차입자의 신용도에 따라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에 명시된 조달금리와 가산금리 산정기준을 더 구체화하는 것이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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