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게임즈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기업공개(IPO) 공모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9월1일부터는 공모주 청약이 진행되는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SK바이오팜처럼 ‘따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따상은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시초가를 찍은 뒤 바로 상한가로 직행하는 것을 뜻하는 증권가 용어다. 하루에만 무려 160%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고객문의센터에는 청약방법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고,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6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청약을 위한 만발의 준비도 이뤄지는 모양새다.
카카오게임즈는 31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경쟁률이 1,478.53대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스피·코스닥을 통틀어 역대 최고의 기관투자가 경쟁률이다.
IPO 수요예측은 일반투자자 청약에 앞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공모 수요를 조사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단계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1,745곳의 기관이 참여했는데 역대로 가장 많이 참여했다. 단순히 참여 숫자만 많았던 것은 아니다. 카카오게임즈는 공모 희망범위를 2만~2만4,000원으로 제시하고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사실상 참여기관 100%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을 청약가격으로 써냈다. 수요예측 참여물량의 89.43%가 2만4,000원 이상을 써냈고 나머지 10.57%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 IPO 업계에서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백지수표를 써낸 것으로 해석한다. 기관투자가 100%가 2만4,000원 이상을 제시했다는 얘기다.
수요예측에 흥행했지만 카카오게임즈는 공모가를 2만4,000원, 공모금액을 3,840억원으로 확정됐다. 흥행한 만큼 더 높은 공모가를 제시할 수 있었지만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투자자 청약과 상장 후 주가관리를 위해 욕심을 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지 등 IPO 예정 기업을 줄줄이 둔 카카오 입장에서는 공모금액을 늘리는 것보다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공모주 청약에 얼마만큼의 자금이 몰리느냐다. 2개월 만에 SK바이오팜이 세운 청약증거금(30조9,889억원) 기록을 깰지도 관전 포인트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기관투자 경쟁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전체 공모주식수(1,600만주)의 20%인 320만주를 일반투자자에게 배정했는데 청약경쟁률이 810대1을 기록하면 청약증거금이 31조원을 넘는다. 증권사의 한 IPO 담당자는 “현재의 분위기는 매우 좋다”면서 “유동성도 많고, SK바이오팜 학습효과 때문에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청약 전날부터 계좌를 개설하거나 청약 관련 문의를 위해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상당수 있었다”며 “(최종 청약경쟁률은 지켜봐야 알겠지만) SK바이오팜 청약 때의 열기”라고 전했다.
다만 공모가격이 SK바이오팜(4만9,000원)의 절반을 밑돌고, 코스닥시장이어서 경쟁률은 높겠지만 청약증거금은 31조원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도 높은 경쟁률 속에 막대한 수익률은 예상된다. 시장의 기대처럼 상장 당일 따상을 기록하면 카카오게임즈의 주가(9월10일 상장)는 이론상으로는 6만2,40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 IPO를 담당하는 또 다른 관계자는 “따상은 꿈의 수익률인데 그렇게 쉽게 나오지는 않는다”면서 “현재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당일 주가의 변동률도 커 되레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약경쟁이 과열될수록 일반투자자 개개인이 받는 공모주는 많지 않다. 산술적으로 청약경쟁률이 500대1이면 600만원의 증거금을 내야 1주를 받는다. 경쟁률이 500대1이면 약 19조원의 자금이 몰리는 것인데 1억원을 증거금으로 내면 16주를 받는 데 그친다. 증권사별 경쟁률에 따라 배정 수량도 달라지는 만큼 전문가들은 증권사별 경쟁률을 확인한 뒤 낮은 곳을 통해 청약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2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일반투자자 청약은 한국투자증권(176만주)·삼성증권(016360)(128만주)·KB증권(16만주)를 통해 진행된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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