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 초 급락장에서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로 각광 받았던 로봇 펀드가 상승장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펀드(로봇 펀드) 17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2.48%, 석 달 평균 수익률은 7.10%에 불과했다. 한 달간 6.34%, 3개월간 17.75%의 수익률을 보인 국내 주식형 펀드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다.
로봇 펀드는 지난해만 해도 미중 갈등, 한일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약세장에도 13.42%의 수익률을 거두며 국내 주식형 펀드(9.17%)보다 압도적인 성과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급락장이 펼쳐진 올 2~4월에도 국내 주식형 펀드가 세 달간 13% 하락할 때 6% 남짓 하락하며 ‘감정이 없는 로봇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로봇 펀드에 ‘신한BNPSHAI네오자산배분펀드’와 ‘키움쿼터백글로벌EMP자산배분’ 등과 같은 주식에 더해 채권과 금 등 원자재에 함께 투자하는 해외 혼합형 펀드에 가까운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많아 상승장에서 유형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면도 있다. 하지만 ‘에셋플러스알파로보코리아’와 같은 액티브주식형 로봇 펀드도 3개월 수익률이 7%로 전체 액티브주식형 펀드(14.3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로봇 펀드의 상대적 부진의 원인을 최근 펼쳐진 전례 없던 성장주 쏠림 장세에서 찾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로봇 펀드의 성과는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좌우하는데, 현재 일부 성장주에 쏠려 있는 장세는 데이터로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셋플러스알파로보코리아인컴’은 글로비스와 삼성전자·한온시스템·삼성생명 등을 담고 있고, ‘에셋플러스알파로보코리아그로스’는 이노션·동원시스템즈·신한지주 순으로 보유비율이 높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출시 3년 남짓에 불과한 로봇 펀드의 설정액도 최근 한 달 새 39억원(전체 유형 설정액의 4.5%)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로봇 펀드에 대해 감정을 배제한 냉정한 투자가 가능한 점과 인건비 절감이 가능한 점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술이 도입 단계인 만큼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산 배분을 강조하는 로봇 펀드의 특성상 특정 자산이 강하게 밀어 올리는 장세에서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장 상황에 맞춰 계속 개선이 이뤄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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