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으로 집을 사기 어려운 30대를 중심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급 물량이 나올 때까지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조급한 ‘패닉 바잉(공황 구매)’ 을 진정시키려는 의도지만 30대 등 젊은 층이 가점으로는 서울 등 수도권 새 아파트를 당첨 받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에 출석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는 조금 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패닉 바잉’이라는 용어가 청년들의 마음을 급하게 할 우려가 있어서 이를 순화하는 분위기가 청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정책 실패를 왜 청년에게 떠넘기느냐. 30대 부동산 영끌 발언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의 요구에는 “말씀이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일축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25일 30대의 부동산 영끌 매수를 두고 안타깝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현재 30대가 청약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 7월부터 8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된 사람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2.7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상반기(1∼6월) 평균 최저 가점(55.9점)보다 6.8점 상승한 값이다. 실제로 26일 당첨자를 발표한 은평구 수색동 ‘DMC센트럴자이’ 평균 가점은 71.1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4인 가족 기준 30대가 받을 수 없는 점수다.
한편 김 장관은 최근 이슈가 된 청와대 국민청원글 “‘시무 7조’를 읽어봤느냐”는 통합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읽지 않았다” “안 읽어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시무 7조에는 김 장관을 겨냥해 “집값이 11억원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어느 대신은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는 비판이 들어있다./진동영·권혁준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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