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군에서 환경사업을 영위하던 A기업 공장은 올해 2월 4번의 경매 유찰 끝에 팔렸다. 약 1,600㎡ 규모 공장 감정가는 약 42억7,000만원이었지만, 매각가는 약 13억9,000만원으로 매각가율은 33%에 머물렀다. 5월에는 감정가 9억원짜리 인천 서구 아파트형 공장 한 곳이, 이달에는 4억원짜리 경기 광주 공장 한 곳이 감정가 30%대로 팔렸다. 평균 60%대를 지키던 낙찰가율에 절반도 못 미친 수준인 것이다. 법원경매 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의 오명원 선임연구원은 “감정가는 통상 보수적으로 책정된다”며 “하반기에는 공장 경매 물건이 더 많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경영 타격으로 인해 하반기 공장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전국 공장 경매 건수는 3,001건을 기록했다. 지난해(5,014건)와 2018년(4,646건) 건수와 비교하면, 증가 속도는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주요 법원이 휴정하면서 경매가 예년에 비해 원활하지 못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 2~3월 주요 법원이 휴정기를 보내면서 3월 진행건수는 평월 300~400건에 절반도 안되는 110건에 그쳤다. 주요 법원은 이달 말부터 2주간 추가 휴정을 한다.
문제는 하반기 급매물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내수와 수출 모두 직격탄을 맞은데다 일감이 있더라도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사실상 끊겨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이 상당수다. 올해 2~6월 제조 분야 중소기업 공장 가동률은 60%대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평균 6개월에서 1년까지 정상 운영을 못하다가 경매로 넘어오는 공장 물건 속성을 감안하면, 올해 경영 악화를 못 견디고 기업이 폐업에 나서는 본격적인 시점이 하반기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금융지원 대책으로 내놓은 원리금 상환 유예 기간을 추가로 연장해 기업 입장에서는 한숨 돌렸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된 탓에 올해 초와 달리 수도권 기업의 공장 매물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를 키운다.
공장 급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은 채무자(기업)와 채권자(은행) 모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헐값 공장’이 속출해 채무자는 상환이 어렵고 향후 은행권의 대출 기준도 강화돼 건실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 코로나19에도 우리나라 전망이 상대적으로 밝았던 이유 중 하나는 제조업 때문이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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