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020560)의 자본잠식률이 50%에 육박하는 등 재무부담이 날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였다면 2·4분기 HDC현대산업개발(294870)-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으로 대주주가 변경되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지표를 상당 폭 개선할 예정이었으나 인수계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답보 상태입니다.
회사는 상반기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단기차입금, 전환사채(CB) 대금 등을 활용해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들을 상환하고 있습니다. 전날에도 30억원어치 기업어음(CP)을 갚았습니다. 향후 1년간 회사가 갚아야하는 단기차입금은 2조원이 넘습니다.
다행히도 화물부문의 매출이 오르면서 2·4분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습니다. 세계를 오가는 하늘편이 끊기면서 여객기를 통한 화물 운송이 감소해 화물단가가 크게 오른 영향입니다. 특히 전체 기단에서 화물전용기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이 큰 수혜를 받았지요. 아시아나항공의 2·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8,8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4분기 2,920억원 적자에서 234억원 흑자로, 당기순익은 6,883억원 순손실에서 500억원 순익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 영업환경도 그리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영업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화물부문에서 운송공급이 증가해 운임이 크게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초 급락했던 유가도 상승세입니다. 지난 4월 20.4달러까지 내려갔던 유가(두바이유)는 지난달 말 40달러 중반까지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여객기도 뜨지 못하고 있지요. 상반기 3,170억원 적자를 기록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하반기에도 순유출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대주주의 유상증자든, 정부차원의 지원이든 추가 자금 수혈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항공기 리스채권을 부채로 인식하면서 회사의 재무지표는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4분기 회사의 부채비율은 2,291%로 자본잠식률은 49.8%에 이릅니다. 지난해 말 1,386.7%, 18.6% 대비 크게 악화한 수준입니다.
채권은행의 지원 여력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산업은행은 올해 아시아나항공의 자금지원한도를 지난해 1조6,000억원에서 올해 3조3,000억원으로 늘렸지만 상반기 이미 2조6,000억원을 소진한 상황입니다. 약 5,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자산유동화증권(ABS) 우발채무 위험도 있습니다. 하반기 재무지표가 더 악화돼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하향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M&A에 따른 대주주 변경이나 정부 지원 여력 등을 고려해 아직 ‘불확실검토’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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