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듯한 힘의 근육질 호랑이와 날카로운 이빨의 상어가 결합했다. 존재만으로도 강렬함을 내뿜는 ‘뉴 뮤턴트(New Mutant·새로운 변종)’다. 폐타이어를 이용한 작품으로 유명한 조각가 지용호(42)가 새롭게 도전한 신작을 3년 만의 개인전에서 선보였다.
야수와 맹수의 결합 뿐만 아니다. 날카로운 뿔을 휘두르는 붉은 멧돼지의 등에서 마천루가 치솟았는가 하면, 달려든 상어가 샛노란 스포츠카를 물어뜯으며 합쳐진 형태도 있다. 이 전시가 남다른 이유는 ‘타이어작가’로 불리는 지용호가 폐타이어 아닌 레진,알루미늄,청동 등의 재료로 작업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개인전부터 시작된 재료 변화의 시도는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영글었다.
폐타이어에서 벗어나기만 한 게 아니다. 작가는 손으로 스케치 한 후 철골로 구조를 잡고 타이어조각을 박아 제작하던 방식 대신 3D 프린트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색채다. 기존 작업은 타이어의 먹빛 같은 검은색이 맹수의 팽팽한 근육 구조를 생생하게 드러냈지만 3년 전부터 색채를 쓰기 시작했다. 빨강·초록의 강렬한 원색, 과감한 형광색 등을 보여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 화가의 붓질이 아니라 조각가가 흙을 바르듯 진득한 안료를 주무르고 발랐다. 접착제와 물감을 섞어 만든‘질감있는 색감’이다. 동물의 꼬리나 둔부 만을 제작해 벽에 박힌 듯 설치한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면을 상상하게 한다.
지용호 작가는 “기존 작업들은 동시대 인간들의 그릇된 욕망과 생각을 타이어를 이용해 왜곡되고 과장된 형태로 표현한 것이고 ‘뮤턴트’ 작업의 내용과 개념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면서 “문명의 부정적 변화에 대한 비평에 이은 앞으로의 작업은 정통조각에서 어떻게 동시대적 조각을 보여줄 것인지를 모색한다”고 밝혔다. 전시장 벽면에 적힌 질감(Texture), 양감(Mass), 재료(Medium), 색상(Color), 결합(Hybrid), 변화(Change) 등의 단어는 작가의 목소리인 동시에 작품의 외침이다. 전시는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1·2전시실에서 13일까지 열린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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