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고착화에 따른 산업전력 수요 둔화와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여파로 4년 뒤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가 약 23조원 급증하고 부채비율은 처음으로 30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요 공기업들이 줄줄이 손실을 내 전체적으로 3조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1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0~2024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3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산이 2조원 이상 또는 정부의 손실보전 조항이 있거나 자본잠식인 공기업(준정부기관 포함)을 대상으로 중장기 재무계획을 작성해 국회에 내야 한다.
재무관리계획 제출 대상 39개 공기업의 부채는 올해 521조6,0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615조8,000억원으로 94조원이 불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부채비율은 170% 안팎으로 유지된다. 문제는 12개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태인데 이들의 부채는 같은 기간 197조5,000억원에서 220조9,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68.5%에서 305.6%로 수직 상승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소 건설 등 신규 투자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kwh당 89원으로 원자력(56원)보다 비싸다. 이는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한국전력공사의 부채비율은 올해 117.2%에서 2024년 153.9%로 치솟고 △서부발전(187→228.4%) △동서발전(119.6→161.6%) △남동발전(134.3→187%) 등 발전 자회사 대부분의 부채비율도 크게 상승한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내년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4,500억원 늘어난 1조6,725억원이 배정됐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농·축산·어민을 대상으로 나랏돈 3,205억원을 들여 융자를 해주고 산단 공장 지붕, 주차장 등 유휴부지에 들어서는 태양광 설비에 대한 융자 규모도 2,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장마 등으로 발생한 산사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산지 태양광 설비 난개발’이 지목된 바 있는데도 정부가 금융지원 확대를 통한 태양광 설비 확충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올해 주요 공기업들은 관련 통계가 있는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3조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교통 관련 공기업이 큰 타격을 입었고 집합금지 명령 여파로 한국마사회와 강원랜드 같은 기관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세종=한재영 조양준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