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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고용 200兆 퍼붓고…'미래 투자'엔 인색

[내년 556조 초슈퍼예산]

기존사업 나열 '한국 뉴딜' 21조

민간참여 유도 인센티브는 없고

디지털 덧씌워 재정투입만 늘려

"내년 3.6% 성장·고용 목매"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내년 예산안이 포스트 코로나 이후 국가 경쟁력 강화와 구조개혁에 대비할 수 있는 예산인지는 의문이다. 울트라 슈퍼예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산의 규모는 늘렸지만 미래를 대비한 생산적인 지출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가 밝힌 내년 예산의 투자 중점은 역시 한국판 뉴딜 사업이다. 전문가들이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였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미 한국판 뉴딜 계획에 대해 “범용화된 기술을 단순 소비하는 사업이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는 있겠으나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한국판 뉴딜의 목표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지만 이번 예산에 사실상 그대로 정부안이 반영됐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내년 예산 21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12개 분야 중 증가폭이 가장 크다. 양대 축인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에 각각 7조9,000억원과 8조원을 배정했다.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150종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데이터 댐 사업을 비롯해 AI 정부,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등 뉴딜 10대 대표 과제에 11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그린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친환경 차 11만6,000대를 보급하는 등 친환경 모빌리티 지원에는 2조4,000억원이 들어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은 한국판 뉴딜의 원년”이라며 “지방비를 포함해 총 32조5,000억원을 투자해 3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업들이 거창하게 포장됐을 뿐 기실 기존 사업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000억원이 투입되는 디지털 교육 인프라 구축은 와이파이·전자칠판·빔프로젝터를 보급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과를 내기 위해 민간이 움직이게 하는 인센티브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며 “뉴딜 예산은 다양한 재정사업에 돈만 풀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수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3조7,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조성한다. 벤처·창업 투자의 소외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버팀목펀드와 혁신창업펀드에 각각 1,800억원과 1,000억원을 출자한다. 한국판 뉴딜 사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뉴딜펀드도 1조원 규모로 조성되고 정부·민간 매칭 펀드인 스마트대한민국펀드도 6조원 이상 꾸려진다. 100대 소부장 연구개발(R&D) 전략 품목도 338개로 확대된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 지원에 1조7,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뉴딜 펀드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오는 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앞두고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관치를 통한 금융권의 갹출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예산안이 미래성장을 위한 쓰임새보다는 내년 3.6% 성장률과 고용성적표에만 목을 맨 것 아니냐는 거친 비판도 나온다. 일자리에 30조원을 포함해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200조원의 예산을 쏟아 붓는 것과 비교해 국가 경쟁력의 기본이 되는 R&D 예산은 3조원 늘어난 27조원에 그쳤다. 또 12대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보다 예산이 깎인 분야는 내국세 감소에 따라 교육교부금 2조1,000억원이 줄어든 교육 분야였다. 국방 예산(52조9,000억원)은 5.5% 늘었으나 항공기·잠수함 등 전력보강 예산은 올해보다 899억원이 줄었다. 대신 사병 월급을 12.5% 늘리고 매달 35억원의 이발비를 지급한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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