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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보편지급’ 외친 날, ‘선별지급’ 합의한 이낙연…정책대결 본격화

이재명 "경제정책, 수요 확대로 세수 늘어"

이낙연 "피해 입으신 분께..곳간은 지켜야"

근로장려금 꺼낸 이낙연,'일하는 사람' 중심

'청년배당'이 대표공약 이재명, '누구에게나'

이낙연 24.6% 이재명 23.3%, 양강구도 형성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 경기도청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재난지원금 엇갈린 행보, 경제 시각 다른 이낙연·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 밖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주장한 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여권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와 이 지사가 재정건전성, 저소득층 지원제도 등 경제 정책을 두고 연일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끝났지만 차기 대권을 위한 경선은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와 이 지사는 이날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이 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선진국 절반도 못 미치는 국채비율로 최강 재정건전성을 자랑하면서 왜 재난지원금은 못 주겠다 선별 지원하겠다고 하는 걸까”라며 선별지급론을 비판했다. 같은 날 이 대표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이 “이 대표께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 대한 선별 지원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여야가 별로 큰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하자 이 대표는 “말씀 주신대로 4차 추경은 불가피하다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왼쪽)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당대표실을 찾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긴급재난지원금, 경제정책이냐 복지정책이냐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입장 차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보는 다른 시각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지사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경제 정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소비 수요 확대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복지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의 혜택에서 세금을 많이 낸 고소득자만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가계를 살려야 경제를 살리고, 기업과 은행도 살릴 수 있다”는 최배근 건국대 교수의 글을 인용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가계수요를 늘리고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이 대표는 ‘복지 정책’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양육 부모, 맞벌이로 아이를 기르는 분들, 실업자, 특수고용, 고용 취약계층, 수해·방역 피해자 등등 그런 것이 맞춤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난을 더 많이 겪고 계시는 분, 더 고통을 당하시는 분께 더 빨리 두텁게 도와드리는 것이 제도의 원래 취지에 맞다”고 주장했다. ‘수요 증진’보다는 ‘구빈(救貧)’의 개념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첫날인 지난 5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오승현기자


이재명 “오히려 국채비율 떨어져” 이낙연 “곳간 지켜야”

이같은 인식에 바탕해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을 쓰더라도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으리라고 주장한다. 이 지사는 “오히려 강제소비에 따른 매출과 생산의 연쇄적 증가로 세수가 늘고 경제 총량도 늘어 국가부채비율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13조원으로 3개월 간 온 국민이 온기를 느낄 만큼 효과 높은 재난지원금을 1인당 30만원씩 두 세번 더 지급해 국가부채율이 2~3% 올라가더라도 국가재정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대표는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당시에는 기존 예산 범위 내에서 씀씀이를 바꿔서 여기저기서 뽑아냈던 것이나 지금은 완전히 바닥이 났다. 빚을 내서 재난지원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곳간 지키기’를 훨씬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지원금을 경제 정책으로 본 이 지사는 이것이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 확대와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 반면 이 대표는 재난지원금이 세수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서울경제DB


이낙연 ‘일하는 사람에게 더’ 이재명 ‘모두에게 지급’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소득지원책에서도 둘의 입장은 엇갈렸다. 이 대표는 지난 3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방안을 밝혔다. EITC는 저소득 가구의 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근로소득 일부를 세금으로 되돌려주는 제도다. 대표적인 저소득 가구 지원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일정 기준선에 미달하는 경우에만 급여를 지급해 근로자의 자립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EITC는 소득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세금을 보전받아 근로를 유인하는 장점이 있다.

이는 이 지사가 내세우는 ‘기본소득’과 달리 근로 여부를 조건으로 따지기 때문에 차별화된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소득은 재산·노동 유무와 상관 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주는 소득이다.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빈곤선 이상으로 살기에 충분한 월간 생계비를 지급하자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청년배당’ 등의 정책이 이같은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존 고용노동부의 청년 지원대책인 ‘취업성공패키지’는 진로상담과 직업 교육을 전제로 취업수당을 제공했으나, 이 지사는 청년배당을 통해 조건에 관계없이 경기도 청년 17만5,000명(2019년 기준)에게 모두 최대 100만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4~28일 전국 성인남녀 2,544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6%,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3.3%를 기록했다./=리얼미터


1.3%포인트 차로 좁혀진 지지율, 대권 경쟁 불붙나

두 대권 주자 간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 대로 좁혀지며 ‘정책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4~28일 전국 성인남녀 2,544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는 24.6%, 이 지사는 23.3%를 기록했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 범위내로 좁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1.9%포인트다.

이 대표의 대선주자 선호도는 4·15 총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종로 선거를 치른 후 개인 최고치를 찍었으나, 이후 하강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총선 전 3월31일 29.7%의 선호도를 기록했다. 이후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당의 압승을 이끌었고 지역구인 종로 선거에서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후 실시된 5월 2일 조사에서 34.3%로 이 대표 개인 통산 가장 높은 선호도를 경신했다. 그러나 6월 30일 3.5%포인트 빠진 선호도 30.8%를 보였고 7월 17일 23.3%로 낮아졌다. 1일에는 1.3%포인트 오른 24.6%의 선호도를 나타냈다.

이 지사 선호도는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지사는 총선 전 3월 31일 13.6%의 선호도를 기록하며 이 대표, 황 전 대표에 이은 대선주자 3순위로 꼽혔다. 이후 5월 2일 14.2%, 6월30일 15.6%로 선호도가 조금씩 올랐다. 이 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판정을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18.7%까지 선호도가 상승했다. 이후 이 지사는 부동산, 재난지원금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활발하게 밝혀왔고 1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23.3%까지 선호도를 끌어올리며 이 대표를 1.3%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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