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 ‘BTS월드’ 개발사로 유명한 ‘테이크원컴퍼니’는 전체 직원 3분의 1가량이 예약된 도시락 배달을 받아 점심밥을 먹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사람 많은 곳에서의 외식은 피하기 위해선데요. 점심시간이면 각자 먹거리를 들고 와 라운지에 띄엄띄엄 앉아 말없이 스마트폰을 보며 식사하는 것도 이제 익숙해진 풍경입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더운 날씨, 장마철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예약배달식사를 이용하는 직원들이 더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서비스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 등 주요 배달앱의 월 결제액이 지난 7월 9,43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조원에 육박하면서 올해 3월 1조 82억원 이후 최고치인데요. 5월 이후 다시 증가세라서 코로나19 재확산이 겹친 8월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규모뿐만 아니라 타깃화된 배달 시장도 확장세입니다. 기업용 모바일 식권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는 테이크원컴퍼니와 같은 직장을 대상으로 ‘예약배달식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지난 8월에만 서비스 거래액이 전월 대비 57.4%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과 비교하면 103.3%나 늘어났습니다. 예약배달식사는 당일 오전 9시 30분까지만 음식을 미리 주문하면 지정한 점심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배달해 줍니다. 밖에 식당으로 나갈 필요도 없고 배달이 늦어질 걱정도 없습니다. 현재까지는 강남 일대 제휴점에서 200가지 이상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 광화문·여의도·구로·마곡·판교 등 서울 주요 오피스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 시행될 예정입니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재택 근무자를 위해 배송지 변경 옵션을 두거나 미리 저장할 수 있는 밀키트(Meal kit) 라인업도 추가하는 등 연내 서비스 고도화 예정”이라며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개별 식사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띵동’과 같은 특화 플랫폼은 물론 기존 유통업계에서도 각자 특성에 맞게 배달 플랫폼을 내놓았습니다. 대형 마트에서는 홈플러스의 반찬 배달 ‘삼청동식탁’, 롯데마트에서 2시간 내 배송하는 ‘바로 배송’ 등이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도 쿠팡의 ‘쿠팡이츠’에 이어 위메프도 ‘위메프오’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연히 편의점업계도 이제 가게에서 기다리지 않고 직접 배송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그만큼 각자의 본래 영역에서 배달 서비스로 권역을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배달 시장 대변혁에 만큼이나 수요가 단기간 폭증하면서 일부 과부하도 감지됩니다. 배달 라이더 구인난이 대표적입니다. 택배의 대명사인 쿠팡은 최근 음식 배달에도 진출하면서 대규모로 라이더를 채용했습니다. 6월 말 국민연금 납부자 기준으로 고용 인력이 3만 7,000명에 달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에 이어 4위 규모로 커졌습니다. GS25는 지난달 도보배달원으로 3,000명, 배달대행 스타트업 바로고도 지난달 1,000명 규모로 긴급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배달 주문에 비해 라이더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자연히 배달이 지연되거나 피크 시간대에는 취소되는 등 서비스 질 하락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로고는 정부와 이용자에게 라이더 수급에 한계가 있다며 지난 1일 정부와 이용자에게 지원과 협조 요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바로고 플랫폼에는 8월 30일 하루 주문 건수는 57만 5,000건으로 약 한 달 전에 비해 25.8%인 12만건이 껑충 뛰었습니다. 바면 라이더 수는 7.9% 늘어난 데 그쳤지요. 바로고 관계자는 “라이더들도 업무 과중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책임감으로 배달을 수행하고 있다”며 “라이더를 위한 교통법규를 마련해주거나 대체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음식 배달을 허용하는 등 한시적이나마 지원책이 꼭 필요하다”면서”고 호소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질수록 그 틈을 배달이 채우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 촘촘하고 다양해질 텐데요. 우리에 일상이 얼마나 달라질지, 배달업계는 매일매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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