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여차례 이상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면서 한국감정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산하기관의 업무가 무한 확장하고 있다. 일부 민간 영역까지 업무가 확대하면서 시장 위축을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감정원과 LH는 연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와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각각 전국 지사에 설치할 예정이다. LH는 인천과 충북 청주, 경남 창원에 3개소를 설치하고 한국감정원은 서울 북부와 전북 전주, 강원 춘천에 3개소를 둘 예정이다. 임대차분쟁조정위는 당초 법률구조공단에서 6곳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분쟁이 증가하자 LH와 한국감정원에도 해당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한국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는 변호사 등 일부 전문인력을 채용해 운영하려고 한다”며 “아직 예산과 인력 등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과 LH는 최근 본업 이외에 부업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면서 관련 규제 단속과 분쟁 조정 등 후속 업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2월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을 위해 실거래 상설조사팀과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신고센터도 출범했다. 한국감정원은 이보다 앞서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주택청약 업무도 넘겨받았다.
LH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LH는 최근 공공 디벨로퍼 역할까지 수행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5·6 공급대책과 8·4 공급대책에서 발표한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은 LH가 주도적으로 맡을 예정이다. 2017년부터는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원으로 낙후지역에 대규모 정비사업 대신 생활 인프라 구축 등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국토부 산하기관의 업무가 확장되는 것과 관련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면서 단속과 관리 등 후속 업무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이러한 일을 산하기관에 맡기고 있는데 기관들은 본업 이외의 업무가 추가되다 보니 비효율성이 커지고 민간 시장도 정부 개입이 커지면서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정부에서 공기업 통폐합과 조직 슬림화를 추진했던 것은 본업 이외의 다른 업무들이 많아 비효율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문제점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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