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일상을 지배하는 환경과 의식이 급변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특히 인간의 ‘이동 관행’에 근원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회사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일하면 어떨까. 이동할 때 꼭 대중교통을 활용해야 하나.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던 문제들에 고심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재택근무 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하는가 하면 서울의 지하철 이용객은 한때 40%까지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시민이 불특정 다수와 접촉을 기피하면서 차량공유 회사인 우버와 리프트의 매출이 급감해 직원의 20%가량을 해고해야 했다. 반면 한쪽에서는 자전거 판매량이 급증해 관련 회사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이동 패턴의 변화는 복잡다기하지만 두드러지는 3대 가치는 모빌리티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도 눈여겨볼 만하다.
첫째는 개인성(個人性)이다. 사람들은 전통적이고 뻔한 선택지에서 벗어나 개인화된 이동수단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이용해 홀로 출근하고 주말에는 캠핑카나 ‘차박(시트나 트렁크의 공간을 활용한 숙박)’을 통해 조용히 여유를 만끽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가 안전한 사적 공간으로 재인식되면서 차량 내부의 기능 및 감성적 장치들에 소비자는 예민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자동차 업계에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꽃피울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이다.
두 번째 가치는 경제성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세계 어디서나 사람들은 여전히 이동을 필요로 하지만 바이러스의 재유행과 경제난 때문에 자동차와 같은 고가품의 소비를 꺼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위생 문제가 꺼림직한 대중교통의 탑승은 피하려는 잠재의식이 공존한다. 결국 자동차처럼 비싸지는 않지만 저렴한 대중교통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경제적인 모빌리티’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은 탄력성의 가치다. 바이러스의 확산에서 안정, 재확산이 반복되자 최대 관심사는 이동 시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까’에 모아진다. 때로는 차량을 소유하며 마음껏 쓰고 때로는 소유가 불필요한 상황에도 탄력적으로 대비하고 싶다. 소유와 공유 사이에서 소비자는 양다리를 걸치고 싶은 셈이다. 최근 신차 판매는 급감하고 승차공유 서비스도 위축돼 있지만 ‘소유와 공유’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법을 제공하는 기업이 나온다면 엄청난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산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변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 기업은 선도적인 위치로 격상됐지만 그렇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도태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하는 사회 양상에 집중하고 치열하게 자기 혁신을 모색할 때 기회의 문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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