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특허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활용되는 연구’ ‘공사비를 줄여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연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병석(61·사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남북한인프라특별위원장은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기술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UHPC(슈퍼콘크리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에서 토목공학 학·석·박사를 딴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교량을 최적화해 자동설계하는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이날 김병석 박사는 ‘중복연구’ 방지 목적으로 한 분야에서 혁신기술의 장기 연구개발(R&D)이 어려운 풍토를 지적하는 한편 혁신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처음으로 적용하겠다는 곳이 없는 보수적인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세계 최초·최고 기술과 실적을 확보하려면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 연구환경에서는 ‘중복연구’를 금해 이런 길을 걷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며 “역설적으로 ‘중복연구’를 해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슈퍼콘크리트처럼 개발기간이 길고 임팩트가 큰 연구는 같은 분야에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콘크리트는 앞으로 100년, 200년 갈 영역이니까 누가 뭐라고 하든 R&D 과제 발굴을 계속해야 합니다. 물론 연구를 위한 연구는 절대 안 되고요.”
김 박사는 “말로는 ‘팔로어’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세계 최초로 슈퍼콘크리트를 적용해보자’고 하면 하나같이 ‘외국 사례가 있느냐’며 채택을 거부했다”고 회고했다. 고민 끝에 건설연 건물 사이에 세계 최초로 슈퍼콘크리트 사장교를 건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국제학술대회에서 항상 세 가지 꿈을 이야기해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UHPC 기술로 세계 최초 사장교를 짓고, 세계 최대 경간장의 콘크리트 교량을 짓겠다’는 꿈은 이뤄졌다”며 “앞으로는 ‘슈퍼콘크리트 기술로 남북을 연결하는 평화의 다리를 짓겠다’고 했고 몇 년 전부터 ‘1㎜ Movement(1㎜ 운동)’를 이야기하며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호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 사장교를 지으려면 1,000억원가량 필요한데 세계인들로부터 1㎜ 기부(100달러)를 통해 평화의 다리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한반도인프라포럼’ 운영위원장인 김 박사는 “베트남과 미얀마처럼 북한의 인프라 건설은 북미 관계가 풀리는 때가 오면 국제금융기구와 민간의 자본이 투입되고 건설기술이 결합해 국제입찰로 진행될 것”이라며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우리 건설사들은 각자 실력은 뛰어나나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해외사업에서 정말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지혜롭게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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