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스타트업을 담고 있지만 만기가 지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웠던 펀드를 새로운 투자자들이 통째로 사들이는 자본 거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진다.
한국벤처투자는 2일 한국벤처투자와 여타 출자자들이 투자했던 ‘캡스톤3호 벤처투자조합’의 잔여 포트폴리오 전부를 새로운 투자자(LP)에게 일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6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지난 6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아직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거래는 다른 펀드가 보유한 투자자산을 펀드 청산을 전제로 일괄 인수하는 이른바 테일엔드(tail-end)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출자 지분이 거래된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
캡스톤3호 벤처투자조합은 모태펀드가 최대 출자자로 참여해 2012년 조성됐다. 해당 펀드에는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직방, 마이리얼트립, 센드버드, 왓챠처럼 유망한 예비 유니콘 기업들이 담겨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기업이 약 50개에 달한다.
그동안 벤처투자 업계는 벤처투자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이 같은 세컨더리 펀드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성장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 신주가 아닌 이미 투자했던 벤처주식을 다시 매입하는 방식은 투자자들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내 세컨더리 시장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국내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4조 2,777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미미하다.
이번 거래는 벤처펀드에 투자한 민간 자본의 회수 가능성을 높여 투자와 회수, 재투자의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분을 매각하는 기존 투자자들은 만기와 무관하게 일정 수익을 달성할 수 있고 새로운 투자자들은 우량한 자산을 한번에 확보할 수 있다. 이영민 벤처투자 대표는 “일부 LP 지분이나 특정 기업의 구주를 거래하는 일반적인 세컨더리 펀드와는 완전히 새로운 거래 유형을 개척한 것”이라며 “출자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유동성 관리를 중시하는 민간자금의 벤처투자 시장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기자 about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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