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과 전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에 이어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표준임대료’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여당은 공식적으로 표준임대료와 관련된 논의는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정이 이미 도입 의사를 밝힌 상태이고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이 발의되는 등 전월세 가격 통제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세부 적용방식과 관계없이 정부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정해지는 임대료를 맘대로 손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표준임대료까지 도입될 경우 전월세 시장의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표준임대료 법안을 보면 골자는 해당 주택 공시가격의 120% 이내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이 법안대로 라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과 지방 아파트 임대인이 타격을 받는다. 현재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나타내는 현실화율은 올해 65% 수준이다.
발의안에서 정한 120%를 반영해 계산하면 표준임대료는 평균적으로 주택 시세의 78% 수준에서 정해지는 셈이다. 한 예로 시세 10억원에 공시가격이 6억5,000만원인 아파트라면 최대 7억8,000만원까지만 전셋값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의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도 있는 만큼 ‘상한선’에 따른 인위적 조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서울 강남보다 강북이나 지방 아파트를 임대 놓는 집주인이 큰 영향을 받는다. 강남 고가 단지의 경우 공시가 현실화율이 70~80%에 달하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공시가격이 낮은 지방의 임대사업자들은 “파산 선고나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 의원 발의안이 알려지자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까지 진행된 국회 입법예고에는 2,200여명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윤 의원 발의안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임대료를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매물 감소, 전세가 폭등 등도 임대차 3법의 영향이 크다. 이런 가운데 어떤 식으로든 표준임대료가 도입되면 또 한번 시장의 대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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