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초라 그런지 단기금융시장의 발행량이 크게 줄었네요. NPL(부실채권) 전문 기업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이틀 연속 기업어음(CP)을 순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원래 사업 구조상 단기자금을 많이 쓰는 곳이기도 한데요. 최근 국내 경기 둔화 시그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어 보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올해 은행채 발행도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정부의 암묵적 요구에 따른 대출 확대가 이어지고 있고 저금리로 은행 예금이 줄어들면서 예대마진이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이날 기준 은행채 발행액은 118조4,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CD(양도성예금증서)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확대됐습니다. 2018년 약 8조원이었던 은행 CD 발행 잔액은 지난달 말 14조8,000억원까지 급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은행들은 대출을 크게 늘렸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데 많은 자금을 푼 것이지요.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8.7% 상승해 전년 동기 3.2% 증가한 것 대비 크게 늘었습니다. 대출 잔액도 약 955조원으로 지난해 말 869억원 대비 86억원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재무건전성도 악화하고 있습니다. 2·4분기 기준 은행들의 LCR은 평균 100.3%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3월 말(112%)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LCR은 앞으로 한달 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인데요, 지출하는 돈 대비 보유 현금(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하반기 들어 은행채의 발행 스프레드는 다소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단 최저 권고치를 100%에서 85%로 낮추는 LCR규제 유예 기한이 내년 3월로 연장되면서 규제 대응을 위한 발행 니즈가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로 대출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조달 압박도 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네요.
이달 만기 도래하는 은행채는 11조원 규모입니다. 당분간 발행이 급증하기보다는 차환과 정책 대응 목적 조달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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