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소비부양을 위해 정부가 발행한 온누리상품권이 돌지 않고 있다. 발행된 온누리상품권이 100이라면 80% 현금으로 교환되고 나머지 20%는 여전히 ‘상품권’으로 돌아다니거나 잠겨 있다는 얘기다. 온누리상품권이 현금으로 교환돼야 전통시장에도 마중물 역할을 하지만 제도적인 허점 등으로 소기의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판매한 온누리상품권은 1조 3,72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조 1,231억원은 현금으로 교환됐다. 나머지 2,495억원은 ‘상품권’으로 남아 있다. 회수율은 81.8%다. 온누리상품권은 고객이 상품권을 지불 후 물건을 구입하면 가게는 이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구조다. 시차가 있긴 하지만 지난 2018년과 2019년 회수율이 전부 98%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특히나 장마·태풍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전통시장의 침체에도 현금화가 더디다.
온누리상품권이 현금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달 상품권을 현금화할 수 있는 금액이 제한돼 있고 사용처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발행규모는 매년 1조원씩 늘어나는데 이를 받아도 현금화하는데 시장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소화력이 떨어지는 데도 발행 규모가 줄지 않으면서 회수율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올 연말까지 온누리상품권은 지난해 두 배 규모인 4조원이 발생될 예정이다. 대구지역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단기실적을 위해 무작정 발행 규모만 늘리는 게 상책이 아니다”며 “중장기적으로 전통시장 활기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누리상품권을 발행과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투입되는 재정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과 할인율 적용에 따른 재정투입 규모는 2,313억원이고, 내년에는 2,74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에 사용처가 제한된 온누리상품권은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온누리상품권을) 할인해 줄 때만 반짝 효과가 있을 뿐 이로 인한 과도한 재정 투입은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온누리상품권이 탈세 등의 ‘깡’으로 부정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누리상품권을 현금화할 경우 세원이 드러나기 때문에 아예 온누리상품권을 현금화하지 않고 직원들 임금지급이나 2차 납품업체에 대금으로 지급하거나 상품권 자체를 할인해 현금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에서도 부정유통 적발을 위한 단속반을 운영하는 등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시장 거래업체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전통시장) 거래처로부터 현금 대신 받아 놓은 (온누리)상품권이 엄청 쌓여 있다”며 “석 달째 직원 월급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전통시장 내수를 살리기 위해 할인 판매해 온 온누리상품권이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액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회수액도 예년보다 많다”면서 “연말께는 회수율이 정상화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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