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적 메시냐.” vs “그래도 메시는 메시다.”
‘축구의 신’이라 불려 온 리오넬 메시(33·아르헨티나)가 FC바르셀로나에 이적 요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26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축구계는 온통 메시 얘기로 뒤덮였다. 한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로의 이적이 눈앞인 듯하더니 지난 3일 밤부터는 ‘일단 잔류’ 쪽으로 기울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메시의 이적 요청 사실을 최초로 알렸던 아르헨티나 매체 TyC스포츠는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6월까지는 바르셀로나에 남는 쪽으로 90%는 굳어졌다”고 보도했다. 메시의 에이전트인 아버지와 바르셀로나 구단 회장 간의 90분 회동 이후 잔류로 의견이 모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 만료까지는 불과 9개월밖에 남지 않아 시즌 내내 이적 관련 이슈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팬들을 비롯해 축구계는 메시의 효용가치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맨시티의 모기업인 시티풋볼그룹이 메시에게 5년간 7억유로(약 9,800억원)의 계약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30대 중반에 가까운 선수 한 명 영입에 그 정도까지 투자할 만한가를 두고 논쟁이 붙은 것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이지만 지금의 메시는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69경기 91골을 몰아넣던 2012년의 메시와는 확실히 다르다. 축구선수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 최다 수상자(6회)이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 A매치 138경기 70골을 자랑하는 그이지만 현재의 득점 생산만 놓고 보면 최전성기와는 거리가 있다. 시즌 전체 득점이 31골(44경기)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의 55골에 크게 못 미친다. 2019~2020시즌 25골로 네 시즌 연속이자 7번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에 오른 메시는 그러나 네 시즌 만에 리그 30골에 못 미쳤다. 2008~2009시즌 23골 이후 최악이었던 셈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여전히 메시에게는 다른 이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매직 플레이’가 있지만 그런 매직을 발현하는 빈도는 절정기에 비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알려진 대로 다른 젊은 공격수들에 비해 활동량도 현저히 적다”며 “영입할 경우의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따지지 않은 채 데려가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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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할 부문은 도움이다. 지난 시즌 메시는 데뷔 이후 한 시즌 리그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1개로 옛 동료 사비 에르난데스의 20개(2008~2009시즌)를 넘어 라리가 도움 기록을 다시 썼다. 20골-20도움은 라리가 최초이면서 유럽 5대 리그로 범위를 넓혀도 2002~2003시즌 EPL 아스널 소속이던 티에리 앙리(24골-20도움) 이후 처음이다. 사비는 “메시는 마흔 살까지도 충분히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축구통계매체 옵타에 따르면 메시의 지난 시즌 챔스·라리가 도움 합산도 데뷔 이후 최다(24개)다. 득점만 126분당 1골로 11시즌 만에 최소일 뿐 패스 성공(82%)은 최근 4년간 최고이고 드리블 성공(65%)도 최고 수준이다. 260회 드리블 성공으로 아홉 살 어린 아다마 트라오레(275회·울버햄프턴)에 이어 빅리그 전체 2위에 올랐다. 도움 증가는 플레이 영역 변화와 관련이 있다. 오른쪽 윙이 주 포지션인 메시는 팀 사정에 따라 내려가서 플레이하는 시간을 점점 늘려갔다. 특히 지난 시즌은 스트라이커 바로 뒤나 미드필드 오른쪽에 주로 머물러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에 치중했다.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메시의 최전성기를 함께했던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어느 포지션에 둬도 성공할 것이라는 뜻에서 “메시는 최고의 9번이자 10번·11번·7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EPL에 입성할 경우 새 리그 적응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만나겠지만 바르셀로나 공격수 출신의 해설자 게리 리네커는 “메시의 경기를 본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특권”이라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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