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회사 지침으로 석 달 전부터 주 4일 근무에 들어갔다. 평일에 맞는 달콤한 휴일에는 그간 미뤄뒀던 병원 진료를 받거나 책을 읽으면서 자기계발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평일 오후 여유롭게 집 앞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릴 때는 행복감도 느낀다. A씨는 “직장생활의 권태기가 오려던 참에 평일 하루를 쉬니 이제는 출근하는 것도 즐겁다”며 “4일 내에 일을 끝내기 위해 업무 시간을 더 잘게 효율적으로 쓰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40대 중반 B씨는 주 4일제를 회사가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은커녕 두 아이의 학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벅찬데 주 4일제를 시작하면서 월급이 확 줄었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평일 하루 더 쉰다고 업무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했기에 쉬는 평일에도 업무 관련 연락이 많아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선택지도 없이 주 4일 근무를 하게 된 B씨는 “고통분담 차원이라지만 빨리 코로나19가 진정돼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검토 대상도 아니던 주 4일제가 20년 만에 주 5일제를 대체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예상치 않게 직장인의 ‘로망(?)’이 실현된 곳에서는 근로자와 기업 모두 주 4일제 시행에 대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과 호텔 업계를 시작으로 SK텔레콤, 삼성전자 일부 사업장, 엔씨소프트 등이 일시적인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 4일제를 시범 실시한 교육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를 확대하는 양상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주당 근무일수는 며칠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2.7%는 “주 4일 근무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소위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개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일의 효율성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주 4일 근무와 함께 임금 삭감이 거론되면 B씨와 마찬가지로 주 5일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기업은 코로나19 이후 장기적 주 4일제 도입을 검토할 경우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 4일제로 생산성 수준이 기존의 100%를 채우지 못한다면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실험했던 시범 체제가 끝나고 주 4일제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일일근로 시간, 초과근로 시간 제한 등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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