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인 24~30일 전체 배달 주문 건수는 7월 마지막 주(20~26일)와 비교해 26.5% 급증했다. 배달대행 콜수도 늘었다.
◇비오는 날은 건당 2만원 주문도=라이더 몸값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이번 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배달 음식 수요가 폭증하면서 배달앱 업체는 라이더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첫 배달 완료 수당이나 특정 시간대, 날씨에 맞춰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때문에 가맹점주로부터 받는 배달료 이상으로 수당을 챙길 수 있다. 쿠팡이츠의 경우 안전교육 강의만 수강해도 교육비로 2만원을 받을 수 있다.배민은 배민라이더스 신규 배달원 1명당 최대 100만원의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하고, 요기요는 신규 배달원에 최대 2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최근 저녁 시간대 비가 오는 날이면 심심찮게 배달원에게 건당 2만원 이상의 배달료를 지급한다.
수원에서 라이더로 일하는 한 기사는 “경기도 지역은 아직 라이더 수요가 부족해 프로모션이 잦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이 많을 때는 하루 30~40만원도 찍힌다”며 “수익이 많은 동료는 연으로 따지면 1억1,000만원을 벌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안전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라이더를 하는 최 모 씨는 “라이더 연수입 1억원이요? 매일 신호 위반하고, 비오고 태풍 오면 불가능하진 않죠”라며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태풍은 작은 오토바이에 몸을 실는 라이더 안전에 치명적이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데다 운행 자체가 어렵다. 같은날 배민이 태풍으로 배민라이더스를 일시 중지할 수도 있다고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이날 “라이더의 배달이 어려울 경우 지역에 따라 단계적 거리 제한 및 동 차단, 배민라이더스 운영 일시 중단까지 시행하고자 한다”고 공지했다. 라이더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다.
◇라이더유니언 “연봉 1억? 3만3,000명중 15명 얘기일 뿐…기본료 인상해야”=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여파로 배달음식 주문이 폭주하면서 “배달 라이더를 하면 연봉 1억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현업에 종사하는 라이더들이 “이는 현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3일 ‘배달 라이더 연봉 1억? 진실은 이렇다’는 제목의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배달업에 새로 진출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배달업 종사자들은 일 시작 후 6개월 내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연봉 1억원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라이더들이 오히려 위험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물리적으로 1시간 안에 배달할 수 있는 주문량에는 한계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은 라이더들이 ‘나는 왜 이렇게 수익을 못 내지’라는 생각에 무리하게 노동하다가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연봉 1억’도 과장된 수치라고 강조했다. 특수고용노동자에 속하는 라이더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야간·연장·휴일수당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오토바이 유지 비용도 개인 부담이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큰 사고라도 나면 지금까지 벌었던 돈마저 다 토해내는 경우가 많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라이더의 수익이 많은 금액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연봉 1억원’도 아주 일부에만 해당하는 내용일 뿐 일반 라이더들의 상황과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이 공개한 쿠팡이츠 라이더 상위 5명(강남구·서초구·송파구 기준)의 수익 내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강남구에서 많은 수익을 올린 1위는 약 58만원(64건), 5위가 46만원(46건) 수준이다. 박 위원장은 “쿠팡이츠에 접속하는 3만3,000명 가운데 상위 15명 정도의 수익을 갖고 ‘연봉 1억’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안전 운행이 가능한 수준’에서 기본 배달료를 4,000원 수준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안전하게 신호를 준수하면서 시간당 4건 정도 배달하면 최소한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면서 “안전 배달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통해 손님에게 따뜻한 배달, 자영업자에게는 빠른 배달을 할 수 있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보리·백주원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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