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락다운’에 들어갔던 해외사례를 참고해 만든 가상 이야기입니다.)
나는 서울 종로구 중견기업에 다니는 8년차 직장인 K다. 몇 주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단행”을 밝힐 때만 해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거의 모든 근로자와 기업들이 재택 근무에 돌입했고 “가급적 집에 머물러라”라는 방역수칙을 지키느라 바깥에 나갈 일이 잘 없기도 했다. 조금 답답했을 뿐, 참다 보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날 오랜만에 회사 잠시 출근했다 귀가하는 길, 평소 오가던 길의 식당과 카페 거리가 낯설었다.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너덜너덜 붙어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길고양이도 자취를 감췄다. 고개를 드니 가을 특유의 퍼런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쳐다보다 한숨이 나왔다. ‘이런 날 놀러가야 하는데…’
이제는 서울을 벗어날 수 없다. 집을 나설 수도 없다. 나가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식당도, 카페도, 헬스장도 문을 다 닫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원도 폐쇄됐다. 얼마전 미용실에서도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해 미용실 이용 제한이 걸렸다. 몇주째 지저분한 머리카락을 달고 산다. 1학기에 이어 2학기마저 휴원, 휴교 사례가 늘자, 제대로 된 교육을 이행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항의글이 빗발쳤다. 생필품은 택배로 주문하면 며칠 뒤에 배달되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택배로 생필품을 사다보니 올해 초 ‘마스크 대란’ 때처럼 물가도 많이 뛰었고 원하는 물건은 품절되기 일쑤였다.
9월 초까지만 해도 하루 수백명씩 정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더니 어느 순간 확진자 수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하루 1,00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날도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감염됐는지 모르는 환자들이 속출했고 전국의 음압병실 1000석도 꽉 들어찼다. 결국 대통령은 “전례없는 봉쇄 조치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전국 각 지역의 이동 제한, 즉 ‘락다운’을 발표했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주식시장이 가장 빠른 반응을 보였다. 무려 -16.9%나 폭락한 것이다.
그동안 K-방역이다, 코로나 모범국이다, 빌 게이츠도 칭찬했다, OECD 경제성장률 1위다 하니 참 뿌듯했고 자부심도 컸다. 해서 코로나19가 얼마나 심각한 바이러스인지 몰랐다. 그땐 확진자도 많아야 하루 수십명 정도였고 8월 초까지만 해도 누적 환진자 수가 2만 명이 채 안 되지 않았던가.
그래서인지 상황의 심각성을 간과했던 것 같다. 9월 4일 기준 미국 확진자수는 무려 600만 명, 브라질도 400만 명, 인도는 380만 명, 러시아는 100만 명…전세계 누적 확진자수는 이미 2,60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90만 명에 육박했었다. 곳곳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됐고 뉴스에선 매일 ‘코로나19 2차 팬데믹’을 특집으로 다뤘다. 그 재확산 세의 중심에 한국이란 이름이 메인으로 등장했고. 한국은행은 이대로라면 올해 한국의 경제 전망을 최대 -2.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너스 성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이다.
재택 근무를 종료한 뒤 잠시 한숨 돌릴 겸 거실로 나와 텔레비전을 트니 뉴스에선 또 유럽과 동남아 몇몇 나라들의 경제활동 재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은 이제 필수라고 한다. 예전엔 마스크 안 쓰겠다고 시위하고 폭력을 쓰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어기면 벌금을 무는 나라가 많아졌다. 한 채널에선 코로나19 특집 다큐멘터리가 한창이다. 올해 초 유럽발 1차 팬데믹이 터졌을 때 각 나라들의 대응을 소개하고 있다. 전국민 신체접촉 금지, 3인 이상 모임 금지, 지역간 이동 금지, 배달 제외한 모든 가게 영업 중지, 국경 폐쇄하고 자국민 입국도 금지. 밤늦게 돌아다니지 마라. 집에서 나오지 마라. 현재 우리나라 락다운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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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정리 : 권준구 인턴기자
/강신우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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