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64%가 사업장 이전 등 가치사슬 재편을 최근 완료했거나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아세안 등 신흥시장 성장으로 글로벌 분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KOTRA는 49개 해외무역관을 통해 글로벌 소부장 기업 246개사를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가치사슬 재편이 활발한 지역은 중국(45%), 북미(35%), 중남미(35%) 순이며 활동은 기업 간 투자·인수합병의 비중이 가장 컸다. 기업들은 가치사슬 재편 배경으로 보호무역주의 심화(27%), 기술 고부가가치화(26%), 신흥국 소비시장 활용(26%) 등을 주로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대응(20%)과 관련된 사유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KOTRA는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양상을 신흥시장별 자체 공급망 강화, 중국을 둘러싼 새로운 가치사슬 형성, 기업 간 투자·제휴 활성화 등으로 요약했다.
먼저 동남아·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는 부품조달, 제품생산, 판매·유통을 현지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체 완결형 공급망이 조성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은 전기전자·정보기술(IT) 분야의 생산거점으로 새롭게 부상하면서 현지 부품조달이 확대되고 있다. 현지 유통망 구축에 필요한 신규 투자도 활발하다. 중남미에서는 최근 발효된 지역무역협정(USMCA)에 기반해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생산·구매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생산라인을 아세안·중남미 등지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중 통상 분쟁으로 인한 중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 관세부담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저렴한 아세안 지역은 중국에서 이탈한 공장을 다수 유치하면서 새로운 제조업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고부가가치 신기술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 간 합종연횡도 나타난다. 첨단기술·디자인 개발을 희망하는 글로벌 기업의 60%가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특히 IT·소프트웨어(43%), 자동차부품(34%) 분야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기업과의 첨단기술 협력에 관심이 컸다.
KOTRA는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움직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교역·투자 활동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따라 KOTRA는 선제적 조치를 통한 해외진출 강화, 글로벌 기업과의 연구개발 협업, 우리 기업의 가치사슬 생태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평오 KOTRA 사장은 “한국은 그동안 글로벌 가치사슬 형성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수출 증대 효과를 누렸지만 세계적 자국 중심주의, 지역거점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며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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