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요금에서 매달 3.7%씩 떼어내 축적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올해 지출액 중 절반 가까운 1조원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과 ‘탈원전’ 비용 보전에 이어 ‘태양광 과속’에도 전력기금이 주된 재원이 되자 ‘정권의 쌈짓돈’으로 전력기금이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력기금을 차라리 폐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소상공인의 부담이라도 덜어주자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6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집행한 전력기금은 총 2조354억원으로 이 중 48.7%인 9,919억원이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에 쓰였다. 민간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발전전력이 고시가격보다 낮으면 그만큼 정부가 비용을 보전해주고 신재생에너지 보급·금융지원 등이 해당 사업의 주된 내용이다. 여기에 ‘전력기술개발’ ‘에너지 기술개발’ 등 다른 사업에 포함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포함하면 1조원이 넘는 금액이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됐다. 국내 신재생에너지에서 태양광의 비중이 90%가량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가 전기요금을 통해 태양광 사업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전력기금은 매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서 쌓는 사실상 준조세로 지난 2001년 한국전력 민영화를 핵심으로 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당시 신설됐다. 농어촌·섬 지역 전력기술개발,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등 그간 한전이 맡아왔던 공익사업이 민영화로 약화할 것을 우려해 전력기금을 만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지원도 전력기금의 사용처 중 하나이기는 하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다른 공익사업 지출을 줄이고 유독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늘린 것이다. 정권 초기인 2017년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투입된 전력기금은 6,239억원에서 올해 1조원가량으로 늘어난 반면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과 농어촌 전기공급, 석탄 지역지원 등 국민 지원사업인 ‘에너지공급 체계 구축’ 사업 투자는 같은 기간 5,770억원에서 올해 3,12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으로 한 정권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에 따라 ‘공익’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전력기금을 정권의 쌈짓돈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2년 개교를 앞두고 있는 한전공대 설립도 전력기금을 활용 가능하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7월에는 전력기금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등 ‘탈원전’으로 입은 사업자 피해 비용을 보전해주기로 하고 연말까지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치기로 한 바 있다.
올해 현재 5조원 가까이 적립되고 오는 2029년이면 1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기금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꼭 줄여달라’고 하는 대표적인 ‘악성 부담금’ 중 하나다. 구 의원은 “코로나19로 국민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차라리 (전력기금) 폐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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