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 만료가 코앞(10일까지)으로 다가오면서 이 회장 연임이 금융권 관심사다. 이례적으로 하마평이 없어 연임 관측에 무게가 쏠리지만 막판 아시아나 인수합병(M&A) 무산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산은 회장 인선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①2000년대 이후 첫 연임 나오나=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본다. 보통 주요 기관장의 임기 만료가 가까워지면 자천이라도 하마평이 나오는데,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가 휘청이면서 이 회장 연임 카드로 금융지원을 전담하는 산은의 업무 연속성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산은 내부에서도 이 회장의 연임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앞으로 국책은행 지방이전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회장은 현 정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산은 회장 인선과 관련해 아무 움직임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회장이 연임하면 2000년대 이후 처음, 1954년 산은 설립 이래 네 번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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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무산된 아시아나 M&A, 변수될까=하지만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M&A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변수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회장은 재임 중 금호타이어·한국GM 등의 굵직한 구조조정을 무난히 진행하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임기 만료를 앞두고 아시아나 M&A가 엎어지며 이 회장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연임은 고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사석에서도 연임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혀왔고 6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도 “주어진 일에만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히 피곤하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산은 상급 기관인 금융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그동안 여러 구조조정을 매끄럽게 처리한 것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시각도 있다.
③10일까지 인선 없으면 퇴임…수석부행장 체제로=만약 10일까지 산은 회장 인선이 나오지 않으면 이 회장은 10일 퇴임하고, 산은은 성주영 수석부행장 대행체제가 된다. 성 부행장은 새 산은 회장이 임명되기 전까지 산은을 이끌게 된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해 12월 김도진 당시 행장 임기까지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김 전 행장은 임기 만료일에 퇴임했고 현 윤종원 행장이 취임할 때까지 전무가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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