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에서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이던 일부 항목이 이달부터 급여대상으로 바뀌자 일부 안과의원이 수술 재료인 다초점 렌즈 가격을 속속 인상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의사들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7일 한국소비자연맹과 사단법인 소비자권익포럼 등 5개 단체가 백내장 수술을 많이 하는 서울 시내 안과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당수 의원이 재료대 명목으로 비급여 대상인 다초점 렌즈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별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가량 인상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 7월 백내장 수술 시 건강보험 비급여 검사로 시행되던 ‘안(안구·안와) 초음파’와 ‘눈 계측검사’ 등 검사비를 급여화하고 이달 1일부터 시행했다. 백내장 수술 건수는 2018년 기준 59만여건에 이르는 등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6.4%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별로 초음파 검사비가 많게는 70만원 차이가 나고 계측검사도 최대 142배 차이가 나는 등 비급여 검사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일부 검사비를 급여화했다.
문제는 백내장 비급여 검사의 급여전환이 발표된 후부터 일선 의원에서는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 렌즈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내장 수술로 유명한 강남 A안과는 올해 6월 수술 당시 안초음파 검사와 눈의 계측검사에 200만원, 다초점 렌즈비 280만원을 부과했다. 이 안과는 정부의 검사비 급여화 발표 이후인 8월에는 검사비용을 50만원으로 150만원 인하했지만 다초점 렌즈비는 430만원으로 6월 대비 무려 53% 올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전혀 줄지 않은 것이다.
대다수 의원은 다초점 렌즈의 가격 인상도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소재 안과의원 40곳의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단 3곳에서만 진료비 인상 등 가격변화 사실을 공지하는 데 그쳤다.
조사를 진행한 소비자단체들은 일부 항목이 급여화되면서 풍선효과를 유발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정부가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권익포럼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약자인 소비자를 위해 비급여 항목도 공적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면서 “백내장 수술 관련 비용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급증하는 백내장 수술의 특수성을 고려해 다초점 렌즈 원가 또는 도매가 공개 추진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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