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희(사진) 크레디트스위스 한국 리서치 헤드는 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등 국내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우려할 수준이 아님을 강조했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단기 경제지표 개선 등을 이유로 코스피 전망치를 기존 2,300포인트에서 2,600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 헤드는 올해 클라우드·5G(5세대) 등 신기술 도입이 가속화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혜를 예상했다. 그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서버용 디램 수요가 연 최대 2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정부의 화웨이·SMIC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움직임도 한국 기술기업에는 수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헤드는 “결국 중국의 반도체 개발 속도를 늦춘다는 점에서 한국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며 “고객사인 동시에 경쟁사이기도 한 화웨이가 위축되면 삼성전자가 단말기 시장에서 기존 화웨이의 점유율을 일부 가져올 수 있고, 5G 장비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내 기술기업의 성과가 반도체 이외에도 디스플레이·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규모 적자가 지속됐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정리하면서 내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이익률이 개선되고 재투자도 늘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하이엔드 전략을 통해 LG전자 등이 가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점도 이익률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배터리 역시 관심 분야로 꼽혔다.
한편 한 헤드는 중국 기술주와 비교해 국내 기술주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아쉬운 평가도 덧붙였다. 한 헤드는 “비슷한 기업들이 상장된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률과 내수 시장이 훨씬 크다는 점은 중국이 비교적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매도가 안 되면 시장이 100% 효율적이라고 볼 수 없고, 원칙적으로 가격이 올라가기가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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