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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폭탄 막을까…정부, 통신비 '유보신고제' 도입

30년만에 요금인가제 퇴장

과기정통부, 유보신고제 반려 기준 구체화·세부절차 규정

불합리한 이용조건의 부과 여부 등 검토 가능

구현모(왼쪽부터) KT 사장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7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과기정통부




SK텔레콤·KT·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사 간 ‘요금 담합’의 원인으로 꼽히던 통신비 요금인가제가 폐지되고 ‘유보신고제’로 바뀐다. 요금 인가제 폐지는 통신서비스가 다양화·복잡화되는 환경에 맞춰 자율적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업자가 약관을 신고한 뒤 15일 내 반려할 수 있도록 한 유보신고제의 반려 기준을 구체화하고 세부절차를 규정한 시행령 개정안을 9일부터 입법예고 한다고 8일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통신·소비자·시민단체들이 지난 5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요금인가제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졸속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존 유사 요금제 대비 비용 부담이 부당하게 높거나, 장기·다량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혜택이 집중되는 경우, 불합리한 이용조건의 부과 여부 등을 검토하도록 했다. 도매대가 보다 낮은 요금을 통해 경쟁사를 배제할 우려가 있거나, 타 사업자의 결합판매에 필수적인 요소 등의 제공을 거부 또는 대가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경우도 검증하도록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문가·이해관계자의 의견도 청취할 수 있도록 하여 검토의 객관성·전문성을 제고했다”고 설명했다.

요금담합 폐지 VS 오히려 요금인상 초래
폐지된 인가제는 유무선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을 출시하거나 요금을 인상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이는 통신시장의 과점사업자가 후발주자를 견제하려고 과도한 요금을 출시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1991년 도입됐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요금제를 정부에 제출하면 KT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사업자들이 비슷한 ‘복붙(복사 붙여넣기)’ 요금제를 내놓는 일이 반복되면서 ‘요금 담합’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4년부터 인가제 폐지를 추진했지만 6년이 지난 5월에서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인가제와 같은 낡은 규제를 털어내야 요금 담합이 아닌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통신사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인가제가 요금 담합의 부작용을 초래했다면 인가제 폐지는 요금 인상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동안 시민단체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인가제가 사라지면 통신비 인상의 고삐가 풀릴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참여연대는 지난 5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요금 인상을 견제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수단을 스스로 폐기하고 이동통신의 요금결정권을 사실상 통신 3사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보신고제, '안전장치'될까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부착된 통신사 로고./연합뉴스


정부는 인가제 대신에 ‘유보신고제’를 시행한다. 정부는 유보신고제가 요금 인상을 막을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과기부와 기획재정부·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까지 거치며 한 달 이상 걸리던 요금제 심사 절차가 빨라져 다양한 요금이 출시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15일이라는 심사기간이 요금제의 효과를 검증하기에 너무 짧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심사기간이) 한 달일 때도 시간이 부족해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절반으로 줄이면 충분히 심사를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집중적으로 하면 15일 안에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김성태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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