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올 하반기 태국 법인을 청산한다. 사실상 3년째 개점휴업 상태였던 방콕 시내면세점을 철수하면서 태국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앞서 올 상반기 대만 법인을 청산한데 이어 두 번째로 롯데면세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점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는 해외 사업을 과감히 철수해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올 하반기 태국에서 운영 중인 방콕시내점을 철수하고 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롯데면세점이 태국 법인 청산을 결정한 것은 현지 기업의 견제로 시내면세점 정상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7년 6월 태국 방콕에 있는 쇼디시몰에 시내점을 열면서 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태국 내 공항 인도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입품 판매를 하지 못했다. 현지 토산품은 시내면세점에서 현장 판매와 물품 인도가 가능하지만, 수입품은 구매자가 출국할 때 공항 인도장을 통해서만 물품을 수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수차례 태국 정부에 공항 인도장 허가를 요청했지만 현지 면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국영기업 ‘킹파워그룹’의 견제로 매번 실패했다. 킹파워는 태국 왕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현지 정부의 지원을 두둑히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3년 동안 인도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 결국 태국 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타격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해외 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태국 법인뿐만 아니라 주요 사업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앞서 올 상반기에는 대만 법인을 청산했다. 대만 법인은 지난 2018년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했지만, 입찰 경쟁에서 중도 탈락하면서 역할이 모호해졌다. 대만에 이어 태국 법인까지 정리하게 되면 롯데면세점의 해외 사업은 7개국 13개 매장으로 줄어든다.
롯데면세점은 올 상반기 영업손실 735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하반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정상 운영 중인 해외점은 1개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출혈이 커진 만큼 내실을 다지기 위해 부실 점포와 법인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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