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한 가운데 신용도 악화에 따른 우발채무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020560)은 1년 여 시간을 끌어온 매각 작업이 무산되면서 ‘불확실 검토’ 중인 신용도가 조만간 조정될 전망이다. 이미 신용등급이 하락해 조기상환 요건에 다달은 두산중공업(034020)은 1,730억원 규모 차입금에 대해 금융기관과 기한 유예를 협의 중이다.
국내 신평사들은 현재 매각 무산에 무게를 두고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도 전망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11일 심의를 앞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기존 ‘BBB-’ 신용도에 ‘상향검토’가 붙었다. 대주주 변경에 따른 지배구조 안정화와 유상증자 등 재무지표 개선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큰 폭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매각 작업에 따른 증자 계획도 지지부진하자 다시 ‘불확실 검토’ 등급감시대상으로 전환됐다. 단기간에 등급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회사의 신용도 상향 요인이 대주주 변경과 재무구조 개선 조건이었던 만큼 하향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12단계의 투자 적격 단계 중 최하단인 ‘BBB-’로 하나만 강등돼도 투기 등급으로 떨어진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 당장 시장 조달이 막히는 등 회사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신평사로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일단 하향검토 리스트에 올리고 하반기 실적과 재무지표에 따라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신용등급이 실제로 강등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향후 자본시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대규모 우발채무를 떠안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족한 현금을 충당하기 위해 미래에 발생할 항공권 판매 대금을 유동화해왔다. 약 4,700억원 규모다. 이들 ABS(자산유동화증권)에는 △회사채 신용등급 BBB- 미만 △부채상환계수 일정 기준 미달 △해당 채무 외 차입에서 채무 불이행 중 한 가지 사유라도 발생할 경우 사채를 조기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다. 아시아나 항공의 2·4분기 부채비율은 2,291%로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18.62%에서 49.8%까지 치솟았다.
똑같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000150)중공업은 이미 일부 차입금에 대한 조기상환 요건이 충족된 상태다. SC제일은행으로부터 빌린 314억2,900만원과 아랍에미리트(UAE) 마세라크은행에서 차입한 1,408억원이 대상이다. 이들 금융기관은 현재 두산중공업이 구조조정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트리거 발동을 유예한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조기상환 유예 시한에 대해 은행들과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라며 “최근 발표한 유상증자 등 재무개선 계획에 따라 우발채무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