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의 제과·제빵사업 브랜드인 뚜레쥬르 매각이 막을 올렸다. 국내 중견 사모펀드(PEF)를 비롯해 복수의 후보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다만 CJ그룹과 인수 후보 간 몸값 이견이 커 매각 성공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 측은 뚜레쥬르의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이날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최근 환경 폐기물 국내 1위 사업자인 EMC홀딩스를 SK그룹에 1조원에 매각한 어펄마캐피탈을 비롯해 JKL파트너스와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 등 국내 사모펀드를 포함한 3~4곳의 후보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뚜레쥬르는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CJ그룹이 위기 타개를 위해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은 매물이다. 실제로 CJ푸드빌의 모회사인 (주)CJ의 재무상황은 크게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주)CJ의 부채비율은 176.3%로 2016년(140.0%)과 비교하면 26.3%포인트 상승했다.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도 2.26배로 2016년(4.31배)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보다 크다는 것은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1보다 작으면 그 반대다.
이처럼 CJ그룹 재무상황이 나빠진 것은 무리한 인수합병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2017년 당시 2020년에 그룹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며 그레이트CJ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후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 CGV 등 주력 계열사가 해외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선 바 있다. 계열회사의 인수합병으로 부채가 많아지면서 이자 부담은 크게 늘었지만, 그만큼 영업이익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CJ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뚜레쥬르 매각도 이 같은 그룹 지주사의 재무상황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인수합병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물류를 공급하는 데서 이익이 나오는데, 밀가루도 만들고 물류 사업체도 있어 그만큼 시너지 효과가 큰 제빵사업을 매각한다는 것은 CJ가 그만큼 상황이 급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몸값을 놓고 CJ그룹과 인수 후보 간 이견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CJ측 뚜레쥬르 매각을 통해 3,000억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약 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몸값의 기준이 되는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400억원 안팎. 상각전 영업이익 배수 대비 8배 가량에 매각을 원하고 있는 셈이다.
인수후보는 400억원 가량인 뚜레쥬르 상각전 영업이익이 회계상의 ‘착시효과’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회계기준 변경으로 리스부채가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가 추가됐다는 것. 실제로 CJ푸드빌의 지난해 전체 재무제표를 보면 판매관리비 계정상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 431억원이 새롭게 포함됐다. CJ푸드빌이 인수후보들에게 제공한 투자설명문(IM)에 적어놓은 2018년 상각전 영업이익이 100억원 미만이다.
일각에선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지분(Equity)만 사들이는 데 1,0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여기에 승계할 부채(Debt)까지 포함하더라도 기업가치(Enterprise Value)가 2,000억원을 넘기 힘들다는 것. CJ그룹과는 1,000억원이 넘는 간극이 있는 셈이다. 몸값 이견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매각 성패를 좌우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CJ그룹은 이번 예비입찰을 바탕으로 조만간 적격 예비인수후보(쇼트리스트)를 선정한 뒤 실사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상훈·조윤희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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