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민우혁이 일본군에게 고초를 겪는 윤동주(1917~1945)의 생애를 공연한 후 ‘사의 찬미’를 읊었다. 젊은 배우 박혜수가 ‘자화상’을, 장동윤이 ‘참회록’을 낭독했다. 시인은 그토록 바라던 조국의 독립을 끝내 보지 못하고 눈 감았다. 그가 글 쓰던 당시와 비슷한 또래들의 낭랑한 목소리는 더 큰 공명으로 울려 퍼졌다. 가수 윤형주가 6촌 형인 윤동주의 고향 북간도를 다녀왔고, 학교(연희전문학교) 후배가 되는 스윗소로우는 모교 연세대를 방문했다. 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는 ‘별 헤는 밤’과 ‘서시’를 차용한 ‘당신의 밤’을 불렀고, ‘편지’를 낭독한 윤도현은 밴드YB와 ‘흰수염고래’ 무대를 펼쳤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KBS2 TV에서 방송된 ‘3·1운동 100주년 기획 윤동주 콘서트-별 헤는 밤’(이하 ‘별 헤는 밤’)은 세상을 떠난 한 세기 전의 시인을 다시 불러냈고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는 울림을 전했다. 특히 읽는 시(詩)와 듣는 음악의 한계를 벗어나 시와 음악과 공연이 시대와 세대를 넘나들었고, 다큐멘터리와 뮤지컬 등 형식을 초월한 구성이 돋보였다.
10일 방송의 날을 맞아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제47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KBS ‘별 헤는 밤’이 연예오락TV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책임프로듀서(CP) 김호상 KBS 제작2본부 대형이벤트방송사업단장은 수상 직후 “방송대상은 인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상이라 개인적으로도 뜻깊지만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많은 분들의 땀과 정성으로 이뤄진 작품인 만큼 참여한 모든 분이 수상자”라며 “대형공연의 제작지원을 도와주신 재외동포재단과 음악 프로그램 MC는 처음이었다는 배우 김영철 선생님과 한혜진 씨, 좀처럼 방송 안 하던 가수 이적 씨를 비롯해 백지영,포레스텔라 등 모든 출연자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새로운 형식의 음악방송으로 평가받은 이 프로그램은 방송 이후 PD연합회,이달의PD상, KBS우수프로그램상 등을 휩쓸었다.
연출자 고국진PD는 “예능 프로듀서로 한국방송대상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 영광이다”면서 “남을 웃게 하는 일을 주로 하다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를 만나 감동과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 것 또한 자긍심을 가질 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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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방송대상 수상의 가장 큰 공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윤동주 님”이라며 “공연을 준비하면서 윤동주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시들과 인생을 알아 갔고 광복의 의미를 마음속에 제대로 되새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날 방송대상은 다큐멘터리 ‘SBS 스페셜’의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이 차지했다. ‘전국노래자랑’ 등의 방송인 송해의 공로상, EBS ‘자이언트펭TV’ 펭수의 예능인상, 방탄소년단(BTS)의 가수상 등 방송계를 빛낸 이들이 수상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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