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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가 최대 리스크? '슈퍼계정' 사태로 돌아본 GM 흑역사[오지현의 하드캐리]

/넥슨




‘GM’을 아십니까. 게이머들은 제너럴 모터스보다 ‘게임 마스터(Game Master)’라는 뜻을 먼저 떠올리는 단어입니다. 흔히 게임 내에서 ‘GM’은 닉네임 앞에 붙어 운영자 역할을 하는 게임사 직원들의 계정을 구분해 보여줍니다. 기획자가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자가 이를 구현한다면, 운영자들은 직접 게임 내부 서버, 이벤트와 아이템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게임을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PC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게임 운영자가 부적절한 항의 민원에 화가난 나머지 이용자에게 ‘캐삭빵(캐릭터 삭제를 걸고 대결하는 것)’을 제안해 전설로 남은 사건.


게임 속 사회에서는 일반 유저들과 달리 막강한 권한을 가지기에, 일종의 후광효과도 따라오죠. 운영자의 권한을 사적인 용도가 아닌 게임 운영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도 동반합니다. 그러나 운영자 역시 사람이기에, 단순한 실수부터 아이템을 생성해 빼돌리는 일까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뭔가 수상했던 1위 유저의 진실
역대 최악의 게임계 부정사건 중 하나로 불리는 ‘던파 슈퍼계정’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생성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던전앤파이터’ 내 한 캐릭터가 최고단계 강화를 끝낸 최고급 아이템을 ‘풀셋’으로 장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수천만원을 투자해야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게임 운영자 권한을 남용해 생성한 슈퍼계정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운영자 권한을 남용해 아이템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직원의 계정.


강정호 네오플 디렉터는 지난 10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궁댕이맨단’ 계정 유저는 네오플 직원임이 확인됐고, 부정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강 디렉터는 “해당 직원에는 법적 최고 수준 징계는 물론 배임, 업무 방해에 따른 민형사상 고소, 고발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직원은 지난해 던파페스티벌의 강화대란 이벤트 내용을 사전 유출한 당사자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됐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게임 운영자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게임 DB(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접근, 아이템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많은 유저들의 분노를 부르고 있습니다. 넥슨 측 역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내부적으로 강력한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해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펄어비스


대표 개발자님이 왜 그럴까
일각에서는 검은사막 모바일 GM 사건을 재조명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검은사막 모바일 개발진 중 하나인 남창기 PD가 아이템을 자랑하며 유저를 조롱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시작됐습니다. 펄어비스 조사결과 남 PD가 GM 권한을 남용했다기보다는 엄청난 ‘현질’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3,326회에 걸쳐 매달 월급의 50~70%을 게임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놀라움을 불러일으켰죠. 이는 서버 상위 100위 유저의 평균 결제 금액을 상회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회사에서 상 줘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검은사막 모바일 GM 관련 사건을 재조명하며 최근 인터넷에서 확산하는 이미지. /SNS 캡쳐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남 PD가 다른 이용자에게 ‘인성질’을 하거나 사내에서 얻을 수 있는 패치 정보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펄어비스 측은 남 PD의 계정을 영구정지하고 게임 운영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펄어비스 측은 “사건 당사자가 게임의 데이터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확률을 조작하는 행위, 게임의 비공개 정보를 유출하거나 제공한 내역은 없었지만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로서의 위치를 망각하고 중립성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점, 높은 전투력이나 장비를 바탕으로 일반 모험가분들을 조롱한 점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사과했습니다.

/한빛소프트


학살에서 조작까지…악명높은 그 사건
GM 흑역사라고 하면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노토리우스당 사건’을 빼놓고 얘기하기 힘듭니다. MMORPG ‘그라나도 에스파다’ 내에서 무려 운영자 8명이 똘똘 뭉쳐 ‘노토리우스’라는 길드를 만들고 아이템 조작으로 갖춘 압도적인 능력치로 유저들을 학살하고 다닌 사건입니다. 서버를 장악한 이들은 시장 수수료까지 쥐락펴락하면서 유저들의 캐쉬템 구입을 유도했습니다.

개발사인 imc 게임즈 측에서 뒤늦게 조사를 벌여 사건에 가담한 운영자들을 색출했으나 상처받은 유저들의 마음까지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문제의 서버 전체가 ‘유령 서버’가 됐고, 대표적인 운영 부정의 사례로 남았습니다.



확률이 낮다 보니 강화에 성공한 게임 아이템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고가에 거래됩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는 도합 4억원이 넘는 게임 아이템 수백 개를 생성해 판매한 한 20대 게임사 직원 A씨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장난으로 치부할 수준이 아닌 거죠.

예전에는 단순히 유저와의 말싸움, 공지사항 게재 실수 등에 그치던 수준의 게임 운영진 이슈가 무시하지 못할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 게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된 겁니다. 유저들은 게임에 애정을 갖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합니다. 게임사들은 유저의 신뢰를 위해 운영의 투명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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