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최근 정부가 1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한 것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 차관은 “7월부터 주간사들과 매주 2~3차례 회의를 하며 한국 경제의 높은 신용도를 강조하고 유럽 신흥국에 비해 한국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지속해 주장했다”며 “외평채 발행을 구상하고 7월부터 설명 자료 작성, 투자자 설득을 위해 노력한 기재부 국제금융국 실무진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커다란 성과를 거뒀지만 외평채 발행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순탄치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 9일 미국 뉴욕에서 10년 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외평채 6억 2,500만 달러와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외평채 7억 유로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10년물 달러채의 경우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에 50bp(1bp=0.01%포인트)를 더한 1.198%, 5년물 유로채의 경우 5년물 유로 미드스왑에 35bp를 더한 -0.059%로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이다. 가산금리(50bp)도 10년물 달러채 기준으로 2017년 55bp보다 낮아 역대 최저다. 5년물 유로채는 비유럽국가의 유로화 표시 국채 중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으로 발행됐다. 김 차관은 “세계 최대 채권시장에서 외평채의 신용도,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다시 한 번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우리 국채가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위상을 다져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외평채 발행 뒷이야기를 상세히 전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19 확산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외평채 발행을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준비단계 초기부터 격론이 있었다”며 “국가 간 이동제한으로 과거와 같이 해외 로드쇼를 통한 투자자들과의 만남이 어려운 점도 장애요인이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과거와 달리 Deal Roadshow (발행 전제 로드쇼)를 9월 7~8일 컨퍼런스콜로 개최했다”며 “이틀에 걸친 컨퍼런스콜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코로나 19 방역성과와 경제현황, 외평채의 높은 신용도 등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주간사들을 통해 투자수요를 적극적으로 취합하고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발행통화 결정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미국과 아시아와 달리 유럽에서 한국계 채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유로화 외평채 발행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준비과정에서 접한 유럽 투자자들의 초기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었다”며 “특히 일부 유럽투자자들은 G7 국가가 아닌 비 유럽국가의 마이너스 금리 채권에는 투자할 수 없다는 특유의 유럽중심주의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차관은 유럽 투자자들의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 투자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차관은 “실제 유로화 외평채 발행결과는 놀라웠다”며 “마이너스 금리에도 불구하고 최종 유효주문 (55억유로)은 달러화 외평채 보다 많았고, 일부 유럽 투자자들은 많은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간사단 유럽현지 뱅커들도 성과를 높게 평가하며 기재부 실무자들에게 마이너스 금리 달성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끝까지 압박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차관은 “마지막으로 외신으로부터 ‘Ultra-tight spreads’ 달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기재부 국제금융국 실무진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무엇보다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인내하시고 온 힘을 모아주고 계신 우리 국민과 기업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신용도를 높여주신 숨은 주역이라고 말씀드리며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