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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제한 3주만에 분쟁 9배 폭증...위약금 가이드라인 해법될까

코로나 재확산에 50인 이상 결혼식 금지

예비부부vs예식장 분쟁 3주만에 1,481건

공정위, 위약금 면책·경감 기준 마련

또 기준없는 '스드메' 갈등 지속 우려

올 예식장 폐업 31곳...가이드 준수 관건

서울 강남구 한 예식장에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결혼식 위약금을 둘러싼 소비자 갈등이 9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부터 예식장에 50인 이상이 모이지 못하게 되면서 제대로 결혼식이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에 따라 발생한 손해를 사업주와 예비부부가 어떻게 나눠 부담해야 할지 기준이 없어 발생한 혼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늦게나마 새로운 위약금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3주간 이미 1,500건 가까운 분쟁이 벌어진 뒤였다. 현장에서는 새 가이드라인에 대해 그나마 극심한 분쟁은 줄어들 거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여전히 강제성은 없고 예식장 외에 다른 예식서비스도 많다는 점에서 예비부부의 고통은 계속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2월보다 늘어난 웨딩홀vs예비부부 갈등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3주간(8월 19일~9월 9일) 분야별 소비자 상담 건수 /자료=한국소비자원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된 8월 19일부터 지난 9일까지 3주간 전체 소비자 상담 건수는 5,612건으로 이 기간 직전 3주 동안 4,535건에 비해 24%가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예식서비스 분야 상담이 1,481건에 달해 이전 3주간 158건과 비교하면 무려 9배 이상 폭증했다. 거리두기 2단계 격상 후 결혼식들 둘러싼 소비자 분쟁이 여러 분야 중 가장 많은 상담 건수를 기록한 것이다.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예식서비스가 차지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 지난 2월 한 달간 전체 상담 건수가 1만 1,629건에 달했을 때 1,267건이었던 예식 관련 분쟁 건수보다 단기간에 훨씬 더 많아진 셈이다. 지난달 말부터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등 지자체가 나서 예비부부 구제에 나섰으나 여전히 소비자 분쟁은 이어지는 현황이다.

한 대형 웨딩홀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위약금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예식 연기에 따른 위약금 면제를 요청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됐다”면서 “일부 고객들은 정부 발표를 오해하고 전액 환불만을 요구해 갈등에 기름만 부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엔 취소 위약금 20~40% 깎아준다


공정위는 코로나19 발생한 지 8개월에 가까워진 10일 감염병 관련 위약금 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내놓았다. 지난 5월부터 새 기준 마련에 돌입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된 지난 8월 중순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이후 급하게 준비 기간을 단축해 만든 가이드라인이다. 오는 1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예식장과 같은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때 위약금을 면책하거나 감경하는 기준이 된다.

새 기준에서는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 발령 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부터 위약금 없이 예식 일정을 연기하도록 했다. 물론 거리두기 3단계나,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연기는 물론 환불까지 위약금이 없다. 하지만 계약 취소에 있어서는 1단계에서 20%, 2단계는 40%를 경감해준다. 최소보증인원도 마찬가지도 1단계 20%, 2단계 40%씩 줄여준다. 예를 들어 현재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일 때 최소보증인원을 300명으로 계약했다면 180명분에 대해서면 비용을 내고 나머지는 답례품 등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서울 강남구 한 예식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인원 제한으로 착석 가능한 좌석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일단 혼란은 줄겠지만...여전히 남아있는 맹점들


늦게나마 마련해 막연했던 현장의 혼란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은 기준이 전혀 없다 보니 웨딩홀 예약자들끼리 모여 강하게 항의하거나, 각 업체가 내규가 마련할 만한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조금이나마 소비자가 부담할 위약금이 줄어들곤 했다.

다만 이 기준은 가이드라인일뿐 법적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건 여전히 허점이다. 위약금을 두고 소송까지 이어질 경우에도 기회 비용에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건 소비자 측이기 때문이다. 또 반대로 공정위의 가이드라인보다 더 많이 위약금을 깎아주고 있던 A 웨딩홀 관계자는 “예식 취소 위약금은 50%, 최소 보증 인원도 50% 감면을 내규로 정했는데 가이드라인을 보고 40%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또한, 예식서비스에 웨딩홀 예약 말고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등 비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이번 가이드라인이 전체적인 분쟁을 다 처리하지 못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B 웨딩홀 관계자는 “계절이나 유행에 맞춰 정성스럽게 드레스를 맞추고 스튜디오 촬영을 했는데 코로나19로 비용을 재차 지불하고 또 진행해야 하는 예비부부도 많다”면서 “워낙 패키지로 계약 관계가 복잡한 서비스가 많아 오히려 예식장보다 변경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웨덱스코리아 웨딩박람회에서 예비 신혼부부가 마스크를 끼고 웨딩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권욱기자


코로나 이후 서울권 31곳 폐업...대책없는 영세 예식장


이 가운데 예식장 사업주들의 극심한 경영 악화도 문제다. 업체의 생존이 걸린 상태라면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예식장의 운영비는 절대적으로 임대료 비중이 커 재난지원금 등 정부 지원이 먹혀들지 않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예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올해 중으로 서울권에서만 31개 예식장이 폐업이 확정됐다. 매월 억대 임대료가 손실로 쌓이면서 버티지 못한 사업주들이 나온 것이다.

정운규 예식업중앙회 회장은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예식장 뷔페는 재난지원금 200만원까지 지원된다지만 월 임대료가 1억원인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착한 임대인’ 운동을 강화하는 등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 예식장이 추가로 줄폐업하면 결국 살아남은 대형 웨딩홀끼리 시장을 장악해 소비자의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서울 강남구 한 예식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하객이 QR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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