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 전면에 나선 지 14일로 2년을 맞는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한 후 현대차(005380)는 첨단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냈으며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기업의 고질병이었던 경직된 조직문화에 유연성을 불어넣고 글로벌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 조직 체질개선에도 나섰다. ‘제조업’ ‘군대문화’의 대표주자였던 현대차 앞에는 이제 ‘친환경’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더 자연스러워졌다.
지난 2018년 9월14일 부회장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012330) 대표이사를 맡고 올 3월에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넘겨받았던 2018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었다. 미중 무역갈등, 중국 판매 부진 등에 그룹의 주요 해외시장 판매는 하락세였다. 2017년 4조5,747억원이던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8년 2조4,22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정 수석부회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강화라는 대안을 냈고 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 등 SUV 차량이 속속 등장했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1년 후인 2019년 영업이익은 3조6,060억원으로 48.9% 뛰었다.
정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정착된 유연한 조직문화가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취임 후 수평적인 문화 정착을 위해 자율복장 도입과 직급체계 축소(6단계→4단계), 호칭 간소화를 단행했다. ‘5060’ ‘현대차맨’으로 대표됐던 임원 구성도 바뀌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임원은 2년 전 20여명에서 60여명으로 3배가량 늘었고 여성 임원도 2명에서 13명까지 늘었다. 적극적인 인재 영입도 눈에 띈다.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신재원 현대차 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부장 등 미래 모빌리티를 담당할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
유연한 조직문화와 새 임원진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2025전략’을 공개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우버와 도심형 항공모빌리티(UAM)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미국 자율주행 업체인 앱티브와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는 2025년 글로벌 전기차 100만대 판매와 점유율 10%, 세계 1위 달성이라는 미래 친환경차 비전도 발표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선제 확보를 위해 5월부터 7월까지 삼성·LG·SK 총수를 만나는 광폭 행보도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 양산’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수소차 시장에서도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3~4년 내 수명이 2배이면서도 원가는 절반인 수소차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소 분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 회장을 맡은 것도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다만 정 수석부회장 체제의 순항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극복과 중국 시장 실적 개선이 당면한 과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완성차 판매량이 떨어지며 자금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완공 등도 정 수석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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