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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 인간·사회·역사 공부하고 공동체 의식 가져야"

한민구 과학기술한림원장 "科技 교육, 전공만 몰입해 성과만 추구"

미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 전후 미국 핵개발 참여 거부

법학·행정학·사회과학·자연과학등 다학제 학습환경 필요

한민구 과학기술한림원장.




“미래 과학기술인에게 공익과 사회적 가치,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하고 다학제적 학습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인간과 사회, 역사 학습을 도외시해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 했습니다.”

한민구(72·사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14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기존 과학기술교육은 전공 공부에만 몰입하도록 만들고 성과와 기능적 가치 추구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원장은 “미래 인재 스스로가 사회 일원으로서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며 1954년 노벨 화학상과 1962년 노벨 평화상을 잇따라 받은 미국의 화학자인 라이너스 폴링을 본보기로 들었다. 폴링 박사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것을 본 뒤 과학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미국 정부의 많은 간섭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 참여를 거절했다.



과기한림원은 이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과학기술교육 혁신 방안’이라는 주제의 ‘한림원의 목소리-제85호’라는 정책제안서를 내고 미래 인재들을 위해 법학·행정학·사회과학·자연과학 등 다학제적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공익과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 교육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함양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독일의 탈원전 결정 과정에는 사회학자·철학자·신학자 등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네덜란드의 미래교통 연구 과정에서는 운송수단의 발전 측면뿐 아니라 법·여가·건강·안전 등 사회 전반의 영역을 고려한 예측과 진단 과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미국의 초당적 싱크탱크인 아스펜연구소의 경영자 세미나에서는 플라톤·공자·홉스 등의 철학에 관한 공부와 토론이 이뤄지고, 모 글로벌 기업은 철학자를 자문역으로 채용할 정도로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균형을 중시한다”고 소개했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 간의 균형을 통해 넓은 시각과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관계자 등 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기술인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고 연구와 교육만 하지 말고 사회적 가치 실현에 좀 더 동참해야 한다”며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와 환경,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한 원장은 의사 국가고시 접수를 두 차례 거부했던 86%가량의 의대생 처리 문제와 관련, “법적으로만 따지면 구제하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고 전후맥락을 봐서 한 번 용서해주자는 견해도 있을 수 있는데, 대승적인 관점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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