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셋값 급등세가 수도권 곳곳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에 근접하는 이른바 ‘깡통 전세’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외곽지역 일부 단지의 경우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크게 뛰면서 가격 차이가 없는 단지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외곽의 경우 전세가는 계속 오르는 반면 매매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집을 얻을 때 깡통 전세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충고도 나오고 있다.
◇매매가와 전세가 같은 단지 등장=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용인 처인구 남사면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3단지’ 전용 44.3㎡는 지난 3일 1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해당 평형은 지난달 1억8,400만원에 매매 거래되기도 했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400만원에 그친 것이다. 인근 2단지 전용 84.6㎡ 또한 지난달 2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5일 실거래(3억원)와 차이가 2,000만원밖에 나지 않았다.
다른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 중구 중산동 ‘영종신명스카이뷰주얼리’ 전용 56.6㎡ 또한 지난달 2억1,5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이 단지의 현재 전세가는 2억원이다. 가격 차이가 1,500만원에 그쳤다. 김포시 ‘삼환아파트’ 전용 101.9㎡ 또한 4일 2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3일 거래된 전셋값(2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2,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부 단지에서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은 사례도 나왔다. 안산 상록구 ‘서해아파트’ 전용 59.7㎡는 3일 2억1,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해당 평형의 지난달 매매가격과 같은 가격이다. 전세가는 임대차 3법 등 각종 규제 영향으로 서울 등 수도권 전역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태다.
◇수도권 외곽 ‘깡통 전세’ 경고=현재 다주택자 및 법인 규제 등으로 매매시장에는 이른바 ‘못난이’ 매물들이 쏟아지면서 일부 수도권 외곽 등에서 아파트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7일 기준 경기도 전세수급지수는 194.4를 기록해 2013년 9월 이래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매수우위지수는 80.1로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이를 고려해볼 때 수도권 외곽의 경우 전세가는 계속 오르는 반면 매매가는 약보합이나 하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은 2008년 등 유럽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며 “당시 집값 하락 기조 속에 신도시·보금자리 등 공급이 예고되면서 주택 매매는 꺼리는 대신 전세 수요가 대거 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또 “수요가 적은 외곽 지역의 경우 매매가격이 하락할 가능성 또한 있다”며 “이들 지역에 셋집을 얻으려 하는 경우 반전세 등 보증금을 낮추는 방안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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