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일 중기재정수지를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일제히 ‘낙관론의 함정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재정수지의 기준이 되는 경제성장률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재정운용계획의 적자비율도 국가채무비율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낙관적 성장률 전망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적자 및 국가채무 비율이 정부 전망대로 통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기획재정부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적자비율을 5% 중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오는 2024년 기준 50% 후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중기재정수지 전망에서 전제로 둔 경상 성장률 전망치는 2021년 4.8%, 2022~2024년 4.0%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적어도 1~2년 동안 실질 성장률 1% 달성도 힘들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전망과는 상반되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전망과 달리 성장률이 조금이라도 하향 조정될 경우 적자 및 국가채무 비율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세수 추계에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경기가 좋아지면 곳간 사정도 좋아지는 것처럼 통상 세수는 경제성장률에 비례해 늘어나는 경향성을 띠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경제성장률이 전망치에 못 미칠 경우 적자 규모와 국가채무비율도 덩달아 악화해 정부의 재정관리 전망 자체에 큰 구멍이 생긴다. 급격하게 재정수지가 악화될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보통 성장률 전망을 할 때 목표치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대체로 낙관적인 편”이라며 “4%대면 기본적으로 경기 회복을 전제로 돌아간다고 보는 것인데 이렇게 했는데도 적자 규모 전망치가 5%대로 나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상 성장률 전망치가 달라지면 적자비율·국가채무 등이 전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4% 성장률은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낙관적 경제성장률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매번 하향 조정을 거쳐 전망치를 밑돌았다. 지난 2017년의 경우 연말에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성장률을 3.0%로 제시했으나 2018년 7월 2.9%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결과적으로 2018년 경제성장률은 2.7%에 그쳤다. 2018년 말에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2019년 성장률 전망치를 2.6~2.7%로 제시했으나 2019년 7월 2.4~2.5%로 하향 조정했다. 이후 일본 수출규제 등의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10월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여러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올해 성장률 목표치 2.4%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2019년 경제성장률은 2.0%로 턱걸이를 하는 데 그쳤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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