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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단기 발행어음 '속도조절'

저금리로 안정적 운용 어려운데

'고수익' 부동산 투자 비중 제한

청약 대기자금 밀물에 잔액 급증

한투證, 수시물 신규가입 중단

NH·KB證도 단기물 금리 인하





증권사가 신규가입 중단과 수신금리를 통해 발행어음 잔액 조절에 나섰다. 저금리와 규제로 운용 어려움이 커진 반면 청약 열풍 등으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이 가능한 투자처를 찾는 단기성 자금의 발행어음으로의 유입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발행어음 수시물 신규가입을 중단했다. 이와 함께 수시물을 비롯한 3개월 이하 단기물 금리를 0.45%에서 0.35%로, 3~6개월물은 0.95%에서 0.85%로 낮췄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지난 7월과 8월 각각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발행어음(수시물) 수신금리를 0.45%로 낮췄다. 이에 따라 연초 1.30%였던 세 회사의 개인 수시물 발행어음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분(0.75%) 이상으로 낮아졌다.

수신금리 인하로 발행어음 잔액도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이달 초 기준 발행어음 잔액이 4조5,000억원으로 6월 말(4조8,589억원)과 비교해 소폭 줄었고 KB증권도 지난달 말 기준 3조3,800억원으로 가장 많았던 5월 말(3조6,200억원)과 비교해 감소했다. 지난 2·4분기 말 8조3,155억원이던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9조478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발행한도(자기자본 5조1,274억원의 200%)로 인해 추가 잔액 증가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증권사가 금리를 통해 잔액 조절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저금리 기조에 따라 안정적인 운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통상 증권사는 수신금리를 내주기 위해 부동산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이들 상품에 대한 운용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상태다. 여기에 부동산 등 고수익이 가능한 투자처에 대한 운용제한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해 말 당초 발행어음 운용에서 30%까지 가능했던 부동산 투자를 10%로 제한했다.



최근에는 청약 대기자금이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대거 유입되며 수시물을 비롯한 초단기형을 중심으로 운용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발행어음은 일복리로 이자를 지급한다. 58조원이 넘는 돈이 몰린 카카오게임즈 청약 당시 청약 직전일인 지난달 31일 개인 발행어음형 CMA 잔액은 8조7,851억원까지 급등했다가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이달 2일에는 3조4,934억원까지 하락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청약의 여파로 CMA 잔액의 증감폭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단기물 금리 인하와 동시에 6개월 이상 장기물의 경우는 금리를 오히려 1.00%에서 1.10%, 1년 만기물은 1.10%에서 1.30%로 높였는데, 초단기물 위주로 잔액이 급증하며 자기자본 한도와 운용에 대한 고민에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편 시장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신규사업자들의 진입도 늦춰지고 있다. 연내 발행어음 사업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등은 발행어음 인가 신청시기를 늦춰 잡았으며 업계 ‘메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래에셋대우의 시장진입 역시 미뤄지고 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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