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레트로 감성’ 열풍을 타고 TV에서는 예전에 우리를 웃고 울게 했던 드라마들을 다시 방영해주는 채널이 인기이다. 얼마 전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마주하게 된 ‘육남매’는 MBC에서 지난 1998~1999년 방영했던 드라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남편을 잃은 어머니가 아들 셋, 딸 셋과 함께 억척스럽게 살아가며 가족애로 가난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렸다. 방영 당시 이 드라마는 “똑(떡) 사세요~”라는 인기 유행어를 남기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지쳐 있던 우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줬다.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평균 가구원 수는 2.39명에 불과하고 전체 중 1인 가구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92명으로 7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고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이런 저출산 사회로 인해 예전 드라마에서 보던 ‘육남매’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돼버린 지 오래다. 홀로 자란 외동은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한다. 형제자매와 함께 부닥치며 때로는 양보와 배려의 미덕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거기에 입시 위주의 교육은 구성원 간 경쟁의식과 이기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관련기사
그렇게 자신만 생각하게 하는 환경에 둘러싸인 청년들에게 병역은 의무지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병역의무라는 새 울타리 안에서 그들은 배려와 헌신을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병사들은 완전군장을 하고 수십㎞의 행군을 하면서 낙오된 동료의 무게를 나눠 가지는 배려의 땀방울도 느껴본다. 사회복무요원들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팔다리 역할을 하면서 사회의 어둡고 낮은 곳을 비추는 헌신의 등불이 돼 보기도 한다. 그들 모두 시작은 혼자였을지 모르지만 찬란한 젊은 날을 배려와 헌신의 향기로 누구보다 아름답게 불태워 나가는 중이다.
이렇듯 배려와 헌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이다. 보고 듣고 직접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체득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병역은 또 다른 인생공부(人生工夫)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이 병역이라는 이름으로 인생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마당을 쓰는 일이 지구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하는 일’이라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을 빌려, 오늘도 지금 어디선가 지구 한 모퉁이를 밝게 비추고 있을 이 시대 젊은 청춘들의 헌신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